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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03. 2024

초록의 시간 795 새하얀 꽃불놀이

수미다의 불꽃

궁금했어요

너 이름이 뭐니?

묻고 싶었으나 참았죠

이름 따위~상관없어

그러다 이파리 속에 숨어 있는

이름표를 드디어 찾았습니다


수미다 노 하나비랍니다

줄여서 수노비라고도 부른대요

새하얀 꽃이파리들이

나붓이 춤추는 나비 떼 같고

순백의 꽃이파리들 폭죽처럼

팡팡 터지는 모습까지도

눈이 부시게 청순한 모습인데요


수미다의 불꽃이라는 이름은

새하얀 꽃이파의 모습이

일본 도쿄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미다 강의 불꽃놀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꽃과 비슷해

수미다의 불꽃놀이라는데

후지 폭포라고도 부르고

슈팅 스타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슈팅 스타~ 그건 내가 좋아하는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기도 한데요


아사쿠사 근처를 흐르는 수미다 강

봄날 강변의 벚꽃으로 유명하고

벚꽃 흩날릴 때 산책을 하거나 

유람선을 타기도 하는데

여름철 수미다 강의 불꽃놀이는

도쿄에서 손꼽히는 불꽃축제랍니다


봄날의 하나미(花見)

여름날의 하나비(花火)로

수미다 강은 하늘거리는 봄날의 벚꽃과

반짝이는 여름철 불꽃의 명소가 된 거죠


한참 오래전

도쿄여행이 생각납니다

그때도 엄마는

무릎이 아프다 하셨지만

함께 여행을 다니셨으니

참 좋은 시절이었어요


수미다의 불꽃이라는

수국꽃도 알지 못하던 그때

수미다 강의 불꽃놀이도 보지 못했으나

엄마와의 여행이 가능했던

그해 여름이 문득 그립습니다


수미다의 송이송이 불꽃송이 덕분에

다정한 붉은빛으로 물들던

오다이바의 노을을 떠올리다가

그리움의 옷소매 바람에 펄럭이며

감성 충만 레인보우브리지를 건너

뜨겁고 무더운 그해 여름으로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봅니다


인생은 강물처럼 흐르고

수미다의 꽃송이 닮은 불꽃놀이는

인생의 한여름밤 아주 잠깐이라서

눈부신 억으로 떠오르고

파사삭 불꽃처럼 타오릅니다


수미다 강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의

'수미다 강'이라는 영화를

찾아서 보고 싶어요


그 영화에도 여름날

수미다 강의 불꽃축제가 나올까요

불꽃 닮은 새하얀 수국꽃이

영화의 배경으로

눈부시게 피어나 있을까요


처음 피어날 때는

새하얀 꽃이지만 흙의 성질에 따라

산성흙에서는 청보랏빛이 되거나

알칼리성 흙에서는 분홍빛으로

물들기도 하는 수미다의 불꽃~


눈부신 불꽃으로

한순간 피어올랐다가 툭 떨어져

머무르거나 정지하지 않고

변하고 흐르다가 또 변해가는

우리 인생을 닮았습니다

야속한 변심이 아니라

생존형 적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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