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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05. 2024

초록의 시간 796 나는 여자다

영화 '아이 엠 우먼'

비 오는 카페 창가에 둥실 떠오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빨간 우산이

유난히 선명한 빨강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빨강과 초록의 어울림

빗물에 더 촉촉해지는 창밖을 내다보며

씁쓰름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영국의 록 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나오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

극 중에서 예수 부활의 첫 번째 증인인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죠


비 오는 날 어울리는 

애잔하고 감미로운 노래를

헬렌 레디의

청아한 목소리로 듣고 싶어요


비 오는 창가의 빨간 우산이

영화 'I am Woman '의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주인공 헬렌 레디의 빨강 원피스~


세 살배기 어린 딸 트레이시의 손을 잡고

1966년 뉴욕의 어느 음반회사를 찾아가는

빨강 원피스의 헬렌 레디가 주인공인

'아이 엠 우먼'은 영화의 제목이고

그녀가 부른 노래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올리비아 뉴튼존 그리고

앤 머레이와 함께 70년대를 대표하는

3대 여성 가수로 꼽히는

호주 출신 가수 헬렌 레디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고

마침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상까지 받게 되지만

그러나 가수로 데뷔는 쉽지 않아요


남성 중심 사회이던 70년대

비틀즈 등 남성 그룹과

데이비드 보위와 같은

남성 솔로가수의 전성시대였으니까요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는

생계형 가수가 된 그녀는

노래는 잘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밴드보다 훨씬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친구인 저널리스트 릴리언과

남편이며 매니저인 제프의

도움과 지원을 받으며

꿈을 향해 발돋움합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아요

자신이 먼저 자리를 잡은 후

그녀를 밀어준다고 청혼했던 제프가

어지럽혀진 집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아침 식사 때 마실 우유가 없자

자신이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니

그녀가 우유를 사 와야 한다며

헬렌을 다그치는 모습이

당시의 남성 중심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나는 여자야~

굽히게는 해도 꺾을 순 없어

세상이 내게 신념을 주었으니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나의 지혜는 고통 속에서 얻은 것

나는 강인해 그 무엇에도 지지 않아

나는 여자거든~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자신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는

그녀의 노래는 여성 해방 운동의 상징이 되어 지금도 매넌 3월 8일 세게 여성의 날

축가로 힘차게 울려 퍼진다고 합니다


그녀의 노래와 사랑과 인생이 담긴

영화  'I am Woman '

나는 강해

나는 꺾이지 않아~라는 가사는

여성들에 대한 힘차고 긍정적인

노래를 부르고 싶어 찾아봤으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그녀가 직접 썼다고 해요


영화가 완성되던 해 2020년

강인한 그녀도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죠


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맞섰으나

생로병사를 비켜가지는 못한 그녀

'I Don't  Know  How To  Love Him'

그녀의 맑고 애잔한 목소리가

귓가를 서성입니다


내가 그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세상을 향해 강하다고 외친 그녀도

자신의 인생을 향해

마음으로는 그렇게 속삭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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