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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31 함께 가는 길

다정함을 나누는 길

by eunring Feb 27. 2025

봄이 어디쯤 오나 보려고

볕 좋은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우두커니 내다보다가

몇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바람 차가운 길을 걸어봅니다


봄이 어쩌면

지하철을 타고 올 것 같아서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는데

어머나~바람이 거침없이 파고들어요

따뜻한 실내에서 앉았다 나오느라

겉옷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으니

바람의 공격에 잠시 무방비 상태~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겉옷 단추를 단단히 여미며

봄이 오는 길은 혼자 걷기보다는

함께 걷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만치 몇 걸음 앞에

느슨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긴 머리 소녀의 뒷모습이 여유롭습니다

나처럼 봄을 맞으러 가는 걸까요


그런데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어느 아주머니가 긴 머리 소녀에게

웃으며 무어라 말을 걸어요

서로 아는 사이일까요


천천히 걸음을 늦추며

두 사람 곁을 지나치다가

따뜻한 장면과 만나고는

아하~ 고개를 끄덕입니다


소녀가 아주머니의 겉옷 단추를

찬찬히 채워주고 있었는데요

단추를 다 채운 후에

거듭 고맙다~

괜찮다~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 가던 길을 가는 걸 보니

아는 사이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군요 아주머니는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어요

깁스를 한 상태라

겉옷을 대충 걸치고 나온 듯한데

아무리 볕이 좋아도 바람 끝 매서우니

여미지 않아 펄럭이는 겉옷 사이로

바람이 마구 파고들었을 테고

깁스한 팔 때문에

단추 잠그기가 쉽지 않아서

지나가는 소녀에게 부탁을 했던 거죠


봄이 오는 길

바람이 매섭게 파고들어도

혼자 걷는 길

그 나름 홀가분해 좋고

나란히 함께 가는 길 

서로 마주 보며 웃을 수 있어 좋아요


봄이 오는 길

낯선 이들과도 선뜻

마음 주고받을 수 있으니

다정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이 제아무리 매서워도

봄은 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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