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을 나누는 길
봄이 어디쯤 오나 보려고
볕 좋은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다가
몇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바람 차가운 길을 걸어봅니다
봄이 어쩌면
지하철을 타고 올 것 같아서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는데
어머나~바람이 거침없이 파고들어요
따뜻한 실내에서 앉았다 나오느라
겉옷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으니
바람의 공격에 잠시 무방비 상태~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겉옷 단추를 단단히 여미며
봄이 오는 길은 혼자 걷기보다는
함께 걷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만치 몇 걸음 앞에
느슨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긴 머리 소녀의 뒷모습이 여유롭습니다
나처럼 봄을 맞으러 가는 걸까요
그런데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어느 아주머니가 긴 머리 소녀에게
웃으며 무어라 말을 걸어요
서로 아는 사이일까요
천천히 걸음을 늦추며
두 사람 곁을 지나치다가
따뜻한 장면과 만나고는
아하~ 고개를 끄덕입니다
소녀가 아주머니의 겉옷 단추를
찬찬히 채워주고 있었는데요
단추를 다 채운 후에
거듭 고맙다~
괜찮다~ 는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 가던 길을 가는 걸 보니
아는 사이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군요 아주머니는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어요
깁스를 한 상태라
겉옷을 대충 걸치고 나온 듯한데
아무리 볕이 좋아도 바람 끝 매서우니
여미지 않아 펄럭이는 겉옷 사이로
바람이 마구 파고들었을 테고
깁스한 팔 때문에
단추 잠그기가 쉽지 않아서
지나가는 소녀에게 부탁을 했던 거죠
봄이 오는 길
바람이 매섭게 파고들어도
혼자 걷는 길
그 나름 홀가분해 좋고
나란히 함께 가는 길
서로 마주 보며 웃을 수 있어 좋아요
봄이 오는 길
낯선 이들과도 선뜻
마음 주고받을 수 있으니
다정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이 제아무리 매서워도
봄은 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