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D단조'
이제는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 울 엄마
엄마의 봄길 환하고 편하시라고
막냇동생이 고운 보랏빛
가볍고 예쁜 신발을 사드렸어요
엄마의 예쁜 보라 신발에
나는 분홍 리본을 달아봤어요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봄~
사랑스러운 봄이 왔으니까요
어느 초등학교 교문에서 나풀대는
너의 사랑스러운 발걸음 따라
봄이 왔어요~라는 문구를 보고
울 엄마 신발에도 사랑스러운
리본을 달아드리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엄마의 사랑스러운 발걸음 따라
봄이 왔어요~
울 엄마 봄마중 음악으로는
봄날은 간다~
엄마 딸인 나의
봄마중 음악으로는
모차르트가 어울립니다
왜일까~ 이유는 중요하지 않으나
그의 음악에서 새털처럼 나풀대는
자유로움이 좋아서인 것 같아요
프리랜서 기질의 음악가
그의 손끝에서 천방지축
자유로이 휘날리는 음표들은
맑고 영롱하고 화사한 날개를 달고 있으나
가만 귀를 기울이면 금방 알 수 있죠
알알이 눈부신 슬픔이 깃들어 있음을~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천진난만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아픔이 느껴지는 건
내 안의 슬픔 때문일까요
웃음 짓는 눈꼬리에 또르르 맺히는
방울방울 눈물방울의
순간적인 반짝임이
뾰족한 아픔으로 느껴집니다
모차르트는 모두 27곡의
피아노협주곡을 작곡했다는데
단조 작품을 거의 쓰지 않았답니다
단조는 제20번 D단조와
제24번 C단조 둘이래요
모차르트의 낙천적인 성격과
밝고 천진난만한 감성이
단조보다는 장조에 어울렸을 테고
그 당시 청중들이 울적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죠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들은
선뜻 다가가 친해질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매력적인 곡들인데요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도
이 협주곡들은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중간 정도
수준의 곡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경쾌하고 즐거우면서도
모차르트의 눈물과 한숨과
울적한 애수까지도 사랑스러운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D단조를 듣고
이처럼 아름다운 곡이 있다니~
베토벤도 감탄했다죠
1악장과 끝악장에
카덴차를 작곡했을 정도로
베토벤이 유난히 좋아한 곡이랍니다
카덴차는 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연주자가 맘껏 기교를 발휘할 수 있도록
화려하고 자유롭게 구성한 부분을 말한다죠
긴장감과 격정으로 어두운
1악장 그리고 3악장과는 다르게
2악장 로망스 밝고 아름다운데
모차르트의 삶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의 마지막 장면에 나왔었죠
부드럽고 우아하고 따사롭습니다
'천국에서 천사들이 신을 위해
바흐의 음악을 연주할지 모르지만
자신들끼리 연주할 때는
모차르트를 연주할 거'라고 말했다는
스위스의 신학자 카를 바르트는
저서'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모차르트는 바흐처럼
교훈이나 메시지를 건네는 것도 아니고
베토벤처럼 자신의 삶을 고백한 것도 아니다
음악을 통해 말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노래하고 연주하는 건이다
듣는 이에게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고
다만 자유를 줄 뿐~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천국에 살지도 않고
천사의 날개도 없는 나
그저 음악을 듣기만 할 뿐
연주는 할 줄 모르지만
모차르트가 좋아요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귀를 열라고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귀가 열리고
마음까지 활짝 열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