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의 시간 933 웃어줍니다

마음을 읽어주며

by eunring

변덕스러운 봄날씨에

자꾸 창밖을 내다봅니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사람들이 우산을 썼나 안 썼나

집을 나설 때 작은 우산 하나

들고나가야 하나 어쩌나

그러다 작고 이쁜 하얀 꽃과

눈이 마주칩니다


봄날씨 변덕스럽거나 말거나

하늘 꾸무럭하거나 말거나

비가 오거나 말거나

창가에서 소리도 없이

저 혼자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하얀 겹꽃이 사랑스럽게

내 마음 다 안다는 듯이

그냥 웃어줍니다


몰랐어요 저 혼자 피어나

햇살과 소곤소곤 속삭이다가

바람과 노닥노닥 나풀대는 줄만 알았는데

내 발자국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창가를 서성이는 내 마음을 읽으며

내게 말을 건네려다 말고는

그냥 곱게 웃어주는

작고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가만 들여다보니

꽃송이가 작은 대신 겹꽃이라

제법 풍성해서 하얀 장미꽃 같아요

미니 장미인가 했더니 아니랍니다

더 들여다보니 줄기에 가시도 없고

자세히 보니 꽃알못 내 눈에도

장미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이파리를 보고 머리 굴리다가

칼랑코에인가 하며 찾아보니

다육식물 칼랑코에를 개량한

칼란디바랍니다

꽃이름에 디바라니

노래를 잘하는 꽃일까요


사계절 꽃이 피고

저 혼자 잘 자라는 순둥이 꽃

칼랑코에는 홑겹인데

칼란디바는 겹꽃이라서

얼핏 미니 장미처럼 보입니다


그냥 두어도 저 혼자 피고 지며

무심히 지나치는 내 발자국 소리도 듣고

가만히 내 안색을 살피고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작고 예쁘고 고마운 꽃

칼란디바~


해를 좋아해서

일편단심 해가 드는 쪽으로

치우쳐 자리기 때문에

가끔씩 화분의 방향을 휘이

반대로 돌려주는 것이 좋다고 해요


저 먼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칼랑코에의 꽃말이 설렘인데

칼란디바의 꽃말은

행복과 활력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이랍니다


작은 만큼 행복하고

작아도 활기하고

작지만 마음은 너그러운

칼란디바~


나도 네 마음을 읽고

너를 향해 웃어줄게

너를 보며 오늘 하루도

활기차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웃으며 시작해 볼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932 눈부신 슬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