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50 시긴의 낯선 흐름

바람이 털어놓은 비밀

by eunring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그래도 속에만 담아두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울렁

아마도 비밀 멀미인가 봐


금사빠 바람인 내가

천방지축 오지랖이긴 해도

지켜야 할 비밀은 입꾹~

그런데 이제 조금은

눈부신 햇살 아래 털어놓고 싶어

참는 데도 한계가 있거든

오죽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그런 이야기가 있겠어


그러니 이제 조금만 털어놓을래

나 다시 돌아갈래~ 가 아니라

나 조금만 털어놓을래

모든 것은

시간으로부터 시작되었어


우주의 시간은 제각각 달라서

우주미아 소녀 푸른별꽃아기를

옷자락에 휘감고 돌아왔을 때

모든 게 그대로인 듯했으나

푸른별꽃아기에게만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있었어

내게는 익숙한 제자리였으나

푸른별꽃아기에는 낯선 곳이었거든


사실 난 두려워

용기를 짜 내고 영혼을 끌어모아

낯선 곳을 향해 날아간다고 해도

그곳으로 다시 갈 수 있을까

난 이미 그 시절의 철부지가 아닌데

그리고 예전처럼 푸른별꽃님이

그 자리를 헤매고 있을까

푸른별꽃님 역시

그 시절의 우주 소녀가 아닌데


더 중요한 건

어찌어찌 어딘가에서

푸른별꽃님을 만난다고 해봐

낯선 시간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지도 몰라


다행히 그 모습 그대로여서

서로를 알아본다고 해도

그녀가 선뜻 나를 따라 돌아온다고 할까

그녀가 나를 따라 길을 나선다고 해도

낯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이를 거꾸로 깎아 먹는다거나

나이가 두세 배 불어난다거나

그런 상상을 하면

소름이 오소소~


어쩌면 영영이 또래의

사랑스러운 소녀가 되거나

윤슬이 엄마처럼 예쁜 나이가 되거나

지안이 할머니처럼 고운 나이가 되거나

시공간의 어긋남과 엇갈림으로

영영이와의 관계까지 비틀리게 된다면

와우~ 상상만 해도 너무 겁이 나


조심스럽게 하나 덧붙일게

바람의 나라 바람통신에 의하면

머나먼 우주 낯선 공간 어딘가에서

한순간 사라져 돌아오지 못한

바로 그 소용돌이 바람이

시간의 비틀림 속에서 행방불명

어쩌면 영원히 소멸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소식인데 말이야


물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니

그나마 다행~

제발 부탁인데 소용돌이 바람

어딘가에 꼭 살아있어 주기를

부탁하고 또 부탁해

한번 가본 사람이 다시 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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