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쿠키 만들기
아빠~ 영영이는요
엄마랑 쿠키를 만들고 싶어요
달큼하면서도 상쾌하고
부드러우면서 정겹고 따사로운
시나몬 향기는 추억을 불러온대요
흔히들 수정과에 들어가는
계피랑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맛과 향이 거의 비슷하지만
시나몬이 조금 더 부드럽다고
영롱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시나몬이랑 후추랑 정향이
향신료계의 손꼽히는 3 남매래요
엄마랑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또 뭐가 더 있느냐고
영롱 할머니가 물으셨을 때
쿠키 만들기라고 했거든요
하고 싶은 거 하나씩 해 보자며
영롱 할머니와 재미나게
시나몬 쿠키를 만들기로 했는데
당분간 좀 어렵게 되었어요
갑작 은발이 되신 영롱 할머니가
소풍 후유증으로 잠시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시대요
영롱 할머니 나이쯤 되면
하루 놀고 하루 쉬고
그러셔야 한대요
나이가 든다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라고
영롱 할머니가 중얼거리셨어요
여기선 시간이 제멋대로
마구 내달린다고 하셨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휘리릭
붙잡을 사이도 없이 미끄덩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고요
영롱 할머니 대신
사랑스러운 영영이와
알콩달콩 재미나게 쿠키 만드실 분?
이렇게 물으면 누가 손 들어주실까요?
조무락조무락 반죽을 하고
귀여운 곰돌이 모양틀에 넣어
고소한 냄새 풍기며 쿠키가 익으면
예쁜 접시에 담아 아빠 먼저 드리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나눠 먹고
영롱 할머니께도 드리고 싶은데
영영이 혼자는 만들 수가 없어요
멋쟁이 메신저 명후니 오빠 말로는
시골살이 중이신 차도녀 엄마가
예전에 쿠기랑 빵이랑
부지런히 만들어 주셨다는데
어느 날 문득 해탈이라도 하신 듯
제과제빵용 기구들을 다 내다 버리고
요즘은 그냥 빵집에서 사 드신대요
나이가 든다는 건
맘껏 게을러지는 일이고
나이 들수록 게을러진다는 건
느긋하게 여유로워진다는 걸까요
여유와 느긋함이 생긴다는 건
이것저것 그 무엇이든
대충 넘어갈 수 있게 된다는 거고
그까이꺼 대충~ 이라며
흥칫뿡 웃어넘길 수 있다는 건
이미 많은 것들을 손에서 놓고
마음에서도 내려놓았다는
그런 걸까요?
나이가 든다는 건
대체 뭘까요 아빠?
일단 내려놓은 후에는
다시 들춰내지 않는 게
나이에 대한 예의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