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76 에스프레소가 기본이듯이

인테리어도 기본이 중요해

by eunring

얼마 전까지 그 상가는 텅 비어 있었다

휑하니 비어서 내부가 다 들여다보였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 후련할 수가 있구나

볼 때마다 마음이 개운해서 좋았다

텅 빈 그대로가 참 좋았다

맞은편 벽 동그란 창밖에

가로수 초록 잎사귀들이

바람에 살랑대는 것을

잠시 서성이며 바라보곤 했다

비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비기 전에는 음식점이었다

투명 유리라 내부는 그대로 드러났지만

탁자와 의자들로 붐비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적도 있는데

그때는 창밖의 가로수 잎사귀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먹는 것에 집중하거나

함께 간 사람과 대화 중이었을 것이다


텅 비어있던 상가에 가림막이 둘러쳐지고

뚝딱뚝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를 어떻게 바꾸고

내부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궁금해서

지나는 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곤 했다


얼마 후 그 공간은 사무실로 변신했다

리모델링을 하고 인테리어를 바꾸고 나니

투명 유리에 하얀 가림막이 가려져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나다가 멈춰 서서 건너편 창밖에 가득한

가로수 초록 잎사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리모델링을 하고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기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하고

첫걸음의 방향이 중요하다

다양한 커피 음료도

기본인 에스프레소가 중요하듯이


화장을 하듯

인테리어를 바꾸고

번잡한 음식점에서

텅 빈 공간이 되었다가

다시 가림막 가려진 사무실이 되었어도

창밖의 가로수 초록 잎사귀는 그대로이듯

인테리어의 기본은 바뀌지 않는다


첫 단추를 잘 꿰듯이 기본에 충실해야

지나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창밖의 초록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을

비로소 볼 수 있게 한다

기본인 에스프레소가 맛있어야

나머지 커피음료들이 향미 그윽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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