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78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로 떠나는 여행

by eunring

보라색을 좋아하는 영은이에게

영은이 엄마가 찍어서 보낸

신비로운 청보라 수국이 곱습니다

수국을 보면 비가 생각나고

수국 꽃송이에 빗줄기 스치면

빗방울처럼 톡톡

일본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노래를 부를 때

첫 소절이 다했다고 평을 하잖아요

이 영화는 제목이 다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비 오는 날 기적이 시작되는 영화

사랑으로 시작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빗줄기 타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


비의 계절이 오면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

미오는 비의 계절과 함께 기적처럼

사랑하는 가족 타쿠미와 유우지의 곁으로

잠시 돌아오지만

비의 계절이 끝나면 돌아가야만 합니다


아들 유우지에게 달걀 프라이 만드는 법

빨래를 탈탈 털어 가지런하게

빨랫줄에 너는 법을 가르쳐주고

생일파티도 앞당겨 미리 해주는

엄마 미오의 슬픔이

청보라 수국을 닮았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하늘이 맑아지면

별나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미오는

동네빵집에 유우지의 열여덟 살 생일까지

케이크 배달도 부탁해둡니다


유우지는 엄마 미오가 없는 세상에서도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탱글탱글 노른자가 살아 있는

달걀 프라이를 만들고

빨래도 반듯하게 널어가며

씩씩한 열여덟 살 소년으로 자랍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도 넘어서는

사랑의 기적이 눈물겨운 영화를

다시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타쿠미와 다시 만나게 되면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하는

미래에 일어나게 될 가슴 아픈 일들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미오가 타쿠미를 찾아가

샛노란 해바라기밭에서 만나던

눈부신 장면이 떠오릅니다


비 오는 날 미오와 타쿠미와 유우지가

함께 거닐며 지나던 모리노나카노 터널과

유우지의 생일 케이크를 배달해 주던

정겨운 동네 빵집도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요

아직 못 가고 있습니다


함께 가실래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언젠가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아쉬운 마음을 고이 접어

톡 서랍에 넣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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