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73 빨강머리 앤
드라마의 힘
글자의 힘도 좋으나
영상의 힘도 크다
귀로 들은 것이나 글자로 읽은 것보다
보이는 것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쉽다는 말도 있으니
시각적인 힘이 더 세다고 해야 할까
'빨강머리 앤'을 책으로 읽고
감상이나 줄거리를 말하기보다
영화나 드라마로 보고 말하는 것이
한결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수월하다
영상에는
소리도 있고 표정도 있고
사람도 있고 자연도 있다
정지된 장면뿐만 아니라
휘리릭 움직이는 장면도 있고
깊은 침묵과 다정한 대화가 공존하며
머무르는 공간뿐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도 있다
덤으로 얹어지는 음향과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까지 있으니
모든 감각과 감정과 생각들이
함께 이어지고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빨강머리 앤'을 만났다
EBS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빨강머리 앤'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아주 빨강은 아니지만 불그레한 머리
주근깨 콕콕 박힌 얼굴만으로도 충분했다
'빨강머리 앤' 영화가 먼저 떠오르고
만화도 생각나고 애니메이션도 뒤이어 떠올랐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도 생각났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노래도 생각나서 흥얼거리다가
초록지붕이 생각나서 마음이 촉촉해졌다
'빨강머리 앤'을 읽으며
'빨강머리 앤'을 영화와 만화로 보며
설레고 감동하던 순간들이 생각나서
마음에 사랑스러운 잔물결이 일었다
서랍에서 다이어리를 꺼낸다
다이어리를 쓰지도 않으면서
다이어리 얼굴에 빨강머리 앤이 있어서
집어 들었고 그리고 샀다
다이어리를 펼치면
빨강머리 앤이 말을 건넨다
'나는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할 거예요
이런 날 보고 사람들이
감성적이라느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현한다며 수군거리겠지만
나는 삶이 주는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을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마음껏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요'
나는 아마
빨강머리 앤을 또 보고
또 읽고 다시 생각하다가
주근깨마저도 사랑스러운 초긍정 소녀
빨강머리 앤과 혼잣말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동안 잔잔히 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