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74 키다리 엄마

엄마의 심리 2

by eunring

키다리 아저씨라는 동화가 있다

키다리 엄마라는 동화도 있을까?

혹시 있더라도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다


엄마는 키가 작다

세월 따라 점점 키가 줄어드는데

키다리 엄마가 되고 싶으신가 보다

키다리 엄마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딸들보다는

키가 훌쩍 크고 싶으신가 보다


허리가 안 좋으신 엄마는

조심조심 혼자 걸으시거나

누군가 한 사람이

옆에서 부축해드리거나 하는데

기분이 좋으실 땐

기꺼이 부축을 받으시지만

가끔은 내미는 손을

살며시 밀쳐내시기도 한다

혼자 힘으로 두 팔을 거침없이 내저으며

씩씩하게 걷고 싶으신

엄마의 심리가 안쓰럽다


얼마 전 병원에서 퇴원하실 때는

양쪽에서 동생이랑 내가

조심스럽게 부축해드렸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셋이 나란히 서 있을

엄마가 그러셨다

내 키가 제일 작다~고


엄마 생각에는 당신이 엄마니까

키가 제일 클 거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엘리베이터 문에 나란히 비친

당신의 키가 딸들보다 작은 것이

마음에 안 드셨나 보다


엄마는 키다리 엄마가 아니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딸들보다 키가 작듯

엄마도 딸들보다 당연히 키가 작다

엄마는 딸들보다 키가 작은 게

못마땅하신 듯 연거푸 중얼거리셨다

내가 제일 작다~고


엄마 마음엔 딸들이 아직도

어린 꼬맹이들인지도 모른다

엄마보다 키도 작고 어린 소녀들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보살펴야 하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엄마는 딸들을 돌보는

엄마가 되고 싶으신 거다

키도 크고 힘센 엄마이고 싶으신 거다

될 수만 있다면 키다리 엄마가 되어

딸들에게

세상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으신 거다


엄마는 이제 실버카 꽃기사님이 되셨다

직진은 물론 우회전 좌회전도 잘하시고

적당한 자리에 주차도 제법 잘하신다

키는 작아도 야무진 기사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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