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81 조지아의 음악학교
EBS TV 국제 다큐영화제
EBS 국제 다큐영화제가 끝나서 아쉽다
프로그램 일정을 메모해 놓고
시간이 되는 대로 챙겨 보았는데
자투리 시간에 몰입해서 보기 쉽지 않았지만
몇 개의 영화는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조지아의 음악학교'는
음악과 학교라는 소재에
친구의 조지아 여행 소감이 더해져
다정하고 따스한 색감으로 다가왔다
계단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낡고 빈티지한 느낌의 음악학교는
이름도 낯선 나라 조지아 트빌리시의
언덕 위에 있다
학교 건물은 낡을 대로 낡아서
벽의 칠들이 다 벗겨지고
계단은 구멍 투성이지만
재능 있는 학생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애쓰는 나이 든 선생님들의 모습이 정답다
악기를 조율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노랑과 연파랑의 색감으로
밝고 따뜻함이 찰랑대는 음악학교와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하다 말고
열정이 부족하다며 바지가 맘에 안 든다는
선생님의 생뚱맞은 잔소리마저
밝고 따스하게 들려오는 다큐 영화였다
조지아라는 나라는 가보지 못했고
나라 이름도 낯설기만 하지만
조지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 멜라니아 덕분에
조지아 음악학교의 풍경이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고 친구가 그랬다
정교회 신앙에 옛 수도원이 산속에 그림 같다고
감탄하며 얘기해 주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코카서스 산맥이 있어서 물이 풍요로우며
음식 맛이 최고라는 나라 조지아
이름 없는 들꽃도 들판 가득 이어지고
초록빛이 눈부시게 무성했다고
여행 소감을 전하는 친구의 목소리에는
순박하고 순수한 나라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여름엔 볕이 강해 갈색이고
봄은 덥지만 풍경이 아름다운 나라
조지아의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한 다큐 영화를
친구의 이야기 덕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음악은 기적과 같고
넘치는 사랑이 없다면
위대한 음악가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에스마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누구에게나 기적을 부르는
음악에 대한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므로
학교를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에스마 선생님에게
음악학교는 작은 세계이며 그녀의 전부와도 같다
누구나 가슴에 고향 하나를 품는데
그곳은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이 조국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그녀의 말과 생각이 건강하고 아름답다
그런 에스마 선생님을 남은 날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연로하신 넬리 이모도
어린 소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피아노를 손으로만 연주하지 말고
마음으로 따라 부르라고 하신다
소년의 어깨를 건반처럼 다정히 두드리는
할머니 피아노 선생님의 모습이
다정하고 따스해서 흐뭇했다
넬리 이모는 그동안의 경험담을 담은
책을 내기 위해 틈틈이 메모를 하는데
음악은 인간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음악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신기하다고
주름 가득한 손으로 메모를 하는 모습도
고요하고 적막해서 더욱 아름답다
낡은 피아노로
프란츠 리스트의 곡을 연습하는 소년에게
망가진 건반으로 연주하는 건 어렵고
프란츠 리스트의 곡을 연주하는 건
더 어렵지만 노력하라고
키가 망가졌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귀로 그 문제를 뛰어 넘어서라는
선생님의 조언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다가선다는 의미이므로
악기의 문제에 연연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조언에 고개 끄덕이며
소년이 망가진 건반을
부드럽게 달래듯 두드리며 연주하는
리스트의 피아노곡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음식의 맛이 훌륭하고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나라
조지아의 음악학교 학생들의
멋진 꿈이 차근차근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꿈이
마음먹은 대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고
인생의 건반이 하나둘씩 가끔 망가지더라도
마음을 활짝 열고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