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99 비 오는 날 책이야기
녹두죽과 책이야기
묵직한 책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지인 중에 동학혁명군의 후손이 계시는데
그분이 보내신 책입니다
빗방울 톡톡 집콕의 시간
독서로 차분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네요
지난 3월 타계하신
이이화 선생님의 '동학농민 혁명사'입니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책을 바라보며
문득 녹두죽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고소하고 담백한 녹두죽
아플 때 하도 죽을 많이 먹어
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죽보다는 밥이고 밥 중에서도
조금은 꼬들한 밥이 좋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죽을 먹어야 한다면
답정너 녹두죽을 먹습니다
어릴 적에 아프면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녹두죽 한 그릇이 기억 속에 아련합니다
할머니가 구성진 목소리로
자장가 삼아 들려주시던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노래도 생각이 나서
녹두죽 한 그릇이면 추억도 소환하고
조금 아프던 것도 다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녹두죽은 나에게 추억의 맛이고
어린 시절의 맛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무한사랑이 되살아나는
녹두죽 한 그릇이 가끔 그립습니다
묵직한 책을 앞에 두고
뜬금없이 녹두죽 타령이라니
독서와 녹두죽이 생뚱맞지만
나에게 녹두죽은 아픔의 치유이고
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지난 역사가 품고 있는
처연하고도 혹독한 아픔과 상처가
'동학농민 혁명사'라는 책과 함께
빗방울 톡톡 차분한 독서의 시간을 통해
녹두죽 한 그릇 먹은 듯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