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15 고흐의 친구 고갱

미술 극장에서 만난 고갱

by eunring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가 있어요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고

두 손이 초록빛으로 물든다는

그런 가사였어요


왜 푸른 바다가 아니고

초록 바다일까 궁금했는데

그 대답을 고갱 예술가님께서 해 주십니다

색이란 바로 우리 내면에 있다는

고갱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가 신호등의 초록을 파랑이라 부르는 것도

금방 이해가 됩니다


고갱은 고흐의 친구로 유명하죠

고흐의 동생 테오의 편지 부탁을 받고

착한 고흐와 아를의 노란 집에서

함께 살게 되는데

'고흐는 너무 나약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대놓고

고흐를 무시했다는군요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의

한지붕살이가 평탄하지 않았을 테죠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는 형편없이 뭉개져 있고

고흐의 손에 들린 붓은 아주 얇은 데다가

캔버스도 형태가 불분명하고

고흐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라서

고흐는 그림 속 자신을 보고

미쳐버린 모습이라고 말했답니다


그 일로 두 사람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된다고 해요

두 사람은 헤어지고

원시문명을 동경하던 고갱은

타히티로 떠납니다


빨강은 더 빨갛게 그리고

파랑은 더 파랗게 칠하며

원색의 강렬함을 사랑한 화가 고갱은

미술사에 나쁜 고갱으로 전해지지만

위대한 예술가임이 분명합니다


인성으로는 칭찬을 받은 적이 없으나

바다를 파랑이 아닌 초록으로 그리며

내면에 있는 색채를 꺼내 자유롭게 해방시켜

마음껏 화폭에 담은 예술가랍니다

눈앞의 현실과 자신의 상상을 조합해서

형태를 단순화시킨 그림을 그렸으니

창의력이 뛰어난 예술가인 거 맞고요


증권맨으로 잘 나가다가

주식시장의 붕괴로 백수가 된 후

가족도 나 몰라라 하며 전업화가로 나선

고갱의 예술가로서의 인생이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그려집니다

고갱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몇 가지 설정이 비슷할 뿐

실제 고갱의 삶과는 많이 다르답니다


생전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예술가 고갱의

가난하고 고독하고 비극적이지만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형태를 추구하며

그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알고

화폭에 옮긴 위대한 예술가랍니다

덤으로 오만한 물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마티스나 피카소 뭉크와 같은

20세기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길고도 철학적인 제목의 그림에서

고갱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합니다

고갱 스스로는 그 답을 찾았을까요?


아마도 그 대답을 찾기 위해

고갱은 그림을 그렸고

그 대답을 찾지 못해

고갱은 그림에 질문을 남겼으며

그 대답을 찾으라고

우리에게 그림을 남긴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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