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12 할머니가 뿔났다
청춘할미의 명품 육아 23
코로나 때문에
할머니가 뿔나셨어요
할머니가 뿔나셨다니
무슨 도깨비장난이냐고요?
아니고요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뽀그르르 화가 나신 할머니 사연이랍니다
아침이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이웃집 할머니가 뒤따라 타셨어요
몹시 화가 나신 듯 뽀그르르 파마머리가
맥문동 보라 꽃들처럼 뿔이 나서
바짝 곤두선 것처럼 보였죠
눈인사를 하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할머니가 폭풍 하소연을 쏟으셨어요
애비가 철이 아무리 없어도 그렇지~
다짜고짜 철없는 애비 타령을 하시는 거였어요
애비라는 게
저는 쌀쌀하다고 겉옷 챙겨 입고
애는 반소매 그대로 마스크도 없이 데려갔다고
할머니가 아주 단단히 뿔이 나셨어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태풍 지나가느라 바람 마구 불어대고
아이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며
이불에서 쏙 빼내서 안고 달아났다는 거예요
코로나 시국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냐는
하소연이십니다
철없는 애비가 저는 춥다고
겉옷에 마스크 챙겨 나갔다는데요
젊은 아빠는 출근 시간에 쫓겼겠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자니
마음만 무쟈게 바빴을 거예요
허겁지겁 할머니가
아이 겉옷이랑 마스크 챙겨
종종걸음으로 어린이집까지 쫓아가신 거고요
무릎도 성치 않은 할머니가
젊은 애비 힘찬 걸음 뒤 쫓아가느라
숨이 차고 버거우셨던 거죠
그런데요
할머니의 폭풍 하소연이
한 올 한 올 모조리
사랑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요?
할머니는 손주 사랑에 아들 사랑까지
덤으로 끌어안고 달리시느라
두 배로 버거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애틋 미소가 번지는
쌀쌀한 가을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