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24 왕소군의 프사

역사 속 미인 이야기 3

by eunring

'침어낙안'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어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말하는데요

물고기가 가라앉고 기러기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침어'는 춘추전국시대 서시를 말하고

'낙안'은 한나라의 왕소군을 일컫습니다


너무 예뻐서 깜놀이라는 표현인데요

물고기가 헤엄치다 놀라서 바닥에 가라앉고

날아가던 기러기가 놀라서 땅에 떨어진다는

깜놀 정도가 아니라 멘붕인 거죠


왕소군은 뛰어난 미모에 재주까지 겸비한

한나라 원제 때의 궁녀였는데요

원제는 화공이 그린 궁녀들의 초상화를 보고

아름다운 궁녀를 부르곤 했답니다

요즘처럼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초상화를 보고 미모를 가늠했던 거죠


궁녀들은 화공에게 뇌물을 주고 아부를 하며

초상화를 예쁘게 그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가난하고 자존심 강한 왕소군은

화공에게 뇌물을 주거나 아부를 못 해

초상화가 그다지 예쁘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프사망이었던 거네요


볼품없는 프로필 초상화로 인해

왕소군은 원제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북쪽 흉노족에게 보낼 궁녀로 뽑히게 되었으니

프사망에 이생망입니다


흉노족에게 왕소군이 시집가는 날

원제는 왕소군의 실제 얼굴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초상화와 전혀 다르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몹시 아쉬워했지만 이제 와 어쩌겠어요

흉노족의 왕비가 된 왕소군 덕분에

두 나라가 원만한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랬겠죠


그녀를 '낙안'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녀가 흉노족에게 시집가는 슬픈 마음을

말 위에 앉아 비파로 연주하는 이별의 순간

이별곡을 연주하는 아리따운 그녀를 바라보느라

날아가던 기러기가 날갯짓을 멈추고

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랍니다

날아가는 기러기를 떨어뜨린

미모의 왕소군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재색을 겸비한 그녀에게도

좁은 어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늘 고운 천을 둘러 어깨를 가렸다고 하고요

좁고 비대칭인 그녀의 어깨처럼 기구한

그녀의 서글픈 운명을 소재로 글을 쓴

후세의 문학가들이 많답니다


당나라의 시선이라 불리는

이백의 시에는

고향을 떠나는 소군의 슬픔이

처연하게 그려집니다


'소군이 옥구슬 말안장을 흔들며

말 위에 올라앉아

붉고 고운 뺨에 눈물 흘리네

오늘은 한나라 궁녀지만

내일 아침에는

오랑캐 땅의 여자가 된다네'


미인의 슬픈 운명이 안타깝지만

'침어낙안'의 유래는 조금 다른 의미라고 해요

장자의 내편 제물론에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이라 해도

물고기나 기러기와 같은 미물들에게는

두려운 존재일 뿐이라는 의미랍니다


장자의 말씀에 의하면

아름다움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고

세상만사 제아무리 대단한 일이라 해도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별것 아니라는 거죠


하긴 그렇습니다 프사는 프사일 뿐

프사로 인해 운명이 바뀌는 건

왕소군의 이야기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프사가 바뀐다고 진심이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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