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49 클림트의 키스
클림트의 예술과 자유
어느 해 봄 친구님들과 '클림트 인사이드'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작품의 실제 모습이 아닌
미디어 아트 전시회는 처음이었는데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고
포스터에 쓰여 있었다
검은 바탕에 황금빛 글씨들이 눈부셨다
퇴폐와 순수가 공존하는 논쟁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예술 세계가
21세기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소개가 되어 있었는데
클림트가 남긴 명작들과 그의 삶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시라고 해서
마음이 기울고 흥미로웠다
가장 많이 복제된 그림이라는
'키스'가 그려진 머그잔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전시회에 다녀온 후에 샀다
메다 프리마베시가 그려진 머니클립은
그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클림트의 그림이 가진 매력에
이미 빠져있었던 것인데
빛과 음악이 함께 하는 영상도
감각적이고 다채롭고 흥미로웠지만
기회가 된다면 고요하고 적막한 공간에서
그의 실제 작품과 진지하게 마주하고 싶다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작품을
글로 표현하는 일에 뱃멀미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는 클림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금 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금박이나 은박을 사용한 황금빛 그림과는 달리
내면은 무채색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그림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대개의 화가들이 그리는 자화상을
한 점도 남기지 않았다는 그는
자화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자화상은 없다
나는 회화의 대상으로서
나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에 관심이 있고
그보다 다른 형태에 관심이 더 많다
나는 특별한 게 전혀 없는 사람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릴 뿐이다'
클림트는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자신의 그림 속에서 읽어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가 그린 '해바라기'를 들여다보며
클림트라는 화가를 읽어 본다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했으나
그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그가 그린 한 송이 해바라기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고독해 보이고
그는 고집스럽고 솔직하며 자유롭지만
고개를 살짝 수그린 해바라기처럼
몹시 수줍은 예술가였을 것 같다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더한 그의 풍경화들은
화려해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만큼 외롭다
화려하고 우아한 황금빛은 겉모습일 뿐
무채색 닮은 쓸쓸함으로 젖어드는
적막한 느낌은 나의 몫이다
그림은 화가의 영역이고
나는 그저 바라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