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12 패왕별희
역사 속 미인 이야기 7
바둑판 위에서 흑과 백 바둑알로
바둑 대신 오목은 재미나게 두어 봤지만
장기판 위에서 장기 말로
장기 두는 법은 전혀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판에 놓이는
빨강 한나라 말과 초록 초나라 말의
서체가 다르다는 건 압니다
한나라 말은 반듯한 정자체이고
초나라 말은 흘려 쓴 글씨체죠
빨강과 초록만으로도 구분이 분명한데
글씨체를 다르게 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문득 궁금합니다
중국 대표적 고전 경극 '패왕별희'는
초한전을 배경으로 한
초패왕과 우미인의 이별 이야기입니다
용맹한 초패왕 항우와 애첩 우희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랍니다
어릴 적에 할머니가
항우장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바로 초패왕 항우였던가 봐요
한 손으로 솥을 번쩍 들었다는 이야기가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의병을 일으키고 군사가 모자라
산적을 찾아 도움을 청한 항우에게
무쇠솥 들기 시합을 하자는 산적의 말에
한 손으로 무쇠솥을 번쩍 들어 올렸다는
천하장사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초한전에 우미인이 등장합니다
해하에서 유방과 항우가 싸울 때
유방의 군사인 장량이
초나라 문화를 잘 아는 한나라 군사들에게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하여
초나라 군사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역사적인 이야기인데
우희는 허구적인 인물에 가깝답니다
초나라 항우가 한나라 군사들에게
포위가 된 절박한 상황에서
밤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초나라 군사들의 귀에
그리운 고향의 노래가 들려오자
고향 생각에 젖어 무기를 내려놓았다는
구슬픈 이야기로부터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거랍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항우는
사랑하는 우희가 걱정이었겠죠
'산을 뽑아낼 힘이 있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하건만
우여 우여 그대를 어찌해야 하는가'
처절한 심정을 읊은 항우의 노래에
춤을 추던 우희는 항우의 칼로
자결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깊고 따사로운 배려의 마음이었겠죠
사랑하는 우희까지 잃고 쫓기던 항우 역시
스스로 장렬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 하는데
내가 강을 건너 도망하여
목숨을 부지하면 무엇하리'
비록 싸움에서 졌으나 잘 싸운
항우장사 초패왕의 장렬한 죽음과
죽음으로 절개와 사랑을 지킨 우희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는 다시 들어도
애달프고 비장합니다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에서
우희를 연기한 배우는 장국영이죠
여자처럼 걸으며 우희를 연기하던
장국영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애잔합니다
영화 '패왕별희'도 다시 보고 싶고
기회가 닿으면 경극 '패왕별희'를 보며
우미인의 슬픔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