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11 겨울을 입다

자매들의 뷰티살롱 27

by eunring

자연의 손길은

디자이너의 작품보다도 멋지고

노자가 말씀하시는

무위자연의 옷을 걸친 계절은

자신감 뿜뿜 최고의 모델입니다


코끝이 싸해진 아침

멜랑꼴리한 가을옷 대신

포근하고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성큼 다가서는 영하의 계절을 맞이합니다


찬바람을 막아줄

두툼한 겨울옷 하나 장만했는데

검정이나 회색을 꺼리시는 엄마 덕분에

무채색을 피하다 보니 틸 그린입니다


틸(teal)은

청둥오리 머리 부분의 깃털 색을 뜻하고

탈 그린(teal green)은

블루와 그린의 혼합색인 청록색이랍니다


청둥오리 색이라는 틸 그린이 그나마

엄마 눈에는 나아 보일 거라는 생각을

동생 그라시아도 했나 봅니다

동생의 패딩 빛깔도 틸 그린이네요

자매 청둥오리가 되었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하늘을 봅니다


욕심을 비워낼 줄 아는

계절의 손짓은 아름다우나

휑하니 비어버린 감나무 가지 끝에

위태로이 매달린 주홍빛 감들이

쓸쓸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겨우내 까치밥으로

새들의 양식이 되어줄 감들이

따뜻한 주홍빛 옷을 입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감 빛깔이 틸 그린이라면

청둥오리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일 거라 생각하다 푸훗 웃어봅니다

멈춤의 시간 속에 머무를지라도

웃음은 멈추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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