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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20 인생이라는 여행

영화 '아름다운 여행'

by eunring

오래전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어쩌다 만난 이번 영화는

'아름다운 여행'입니다

둘 다 날아오르는 여행이죠


인생은 여행이고

영화도 여행인데요

조류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답고 따사로운 감동 영화

'아름다운 여행''은

눈송이처럼 나풀나풀 떠돌고 싶은

겨울날과 잘 어울립니다


악마는 서두른다~는

트루키에 속담이 있다는데

주인공 소년 토마는

서두르지 않고 기다립니다


새들은 태어난 곳을

고향으로 아는 게 아니라

처음 날갯짓하며 날아오르는 곳을

자신의 고향으로 기억하며

해마다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해요


새들에게는 날개 활짝 펼치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이

태어나는 순간보다

더 눈부시게 새롭다는 의미일까요


안내하면서 안내받는다~

기러기 닮은 망토 자루옷을 입고

기러기들의 길을 안내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길을 안내받는

토마는 열네 살 어린 소년입니다


파리에서 엄마와 함께 살다가

엄마의 바쁜 일정 때문에

조류학자인 아빠 크리스티앙과 함께

프랑스 남부 습지에서 지내게 되는데요


쇠기러기 흰뺨기러기

아가 기러기 등 기러기들과 친해지며

아빠의 계획에 참여하게 됩니다

기러기들을 노르웨이로 데려갔다가

다시 프랑스 남부로 데려오는 훈련을 통해

안전한 이동경로를 개척하려는

아빠의 계획은 그러나

생각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자 승인을 받지 않고

문서를 위조하다가 발이 묶인

아빠 크리스티앙을 대신하여

토마는 기러기들을 데리고

무모하고 위태로우나

아름다운 여행을 시작합니다


기러기들이 비행기가 아닌

비행장치를 탄 토마를 따라

자유로이 날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경이롭습니다


토마 혼자만의 여행이

위태롭고 아슬아슬하지만

안내하면서 나도

안내받는다~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는 토마의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해변에서 만난 소녀의 도움으로

비행장치의 연료를 채우고

소녀가 올린 동영상

'기러기와 함께 나는 소년'

덕분에 위치가 알려져

엄마의 걱정을 덜게 되고

토마는 다시 날아오릅니다


북해를 건너며

위험과 맞닥뜨리지만

토마는 용기를 잃지 않아요

혼자가 아니라 기러기들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여행이므로~


토마와 기러기떼는

무사히 북해를 건너고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인생은 그런 것이죠

안내하고 안내받습니다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서로를 위로하며 위로를 받는

그것이 아름다운 여행입니다

토마의 노랑 헬맷과 빨강 헤드셋처럼

아름다운 인생인 거죠


마침내 기러기떼와 함께

엄마 곁으로 돌아온 토마는

외롭고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멋진 여행을 통해 훌쩍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입니다


다시 기러기떼와 함께

힘차게 날아오르는

아들을 향해 엄마는 외칩니다

'내 아들 아름답다'

토마가 아름다운 아들이듯이

영화도 아름답습니다


기러기들과 친해지기 위해

기러기 닮은 긴 망토 자루옷을 입고

기러기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소년 토마처럼

마음의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차가운 겨울날입니다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며

새처럼 날아오르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안내하고 안내받으며

또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아름다운 여행을 하듯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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