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24 아버지와 딸
영화 '아버지와 이토 씨'
우에노 주리의 귀여움이 좋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일이 힘들다는
딸 아야의 솔직함이 매력적이다
릴리 프랭키의 어른스러움도 괜찮다
아버지 후지 타츠야의 고집스러움이 안타깝고
아버지를 느닷없이 누이동생에게 맡기는
오빠 하세가와 토모하루도 안쓰럽다
어쩌다 나이 많은 남자와 사귀게 되었냐고 묻는
아버지는 74세이고 아내를 잃은 지 4년째
어쩌다 만난 사람이 나이가 많았다고
무심히 대답하는 딸 아야는 34세
딸의 나이 많은 동거남 이토 씨는 54세
스무 살 차이가 나는 아야와 이토 씨는
편의점에서 일하다 만난 사이로
지금은 서점 아르바이트 중인
딸 아야와 아버지와 이토 씨
세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생활비를 건네며 식사는 일식으로
싱겁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감을 돈 주고 왜 사 먹냐고 불퉁불퉁
감나무에서 따 먹으면 된다는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아버지의 등장으로
이토 씨는 선 채로 저녁을 먹을 수밖에 없다
2인용 식탁이라 다음 날 재활용품점에서
아버지용 예비 의자 하나를 사 온다
아버지의 물건들이 오고
아버지가 유난히 애정을 쏟는
수수께끼 상자에 관심이 쏠리는데
아야는 어머니 관련이라고 생각하고
풀어보지는 않는다
매일 나가는 아버지가 이상하다며 미행하다가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의 얼굴 위로
고요히 어둠이 내린다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한 어둠이다
쓸쓸하고 외로운 아버지를 위해
주말 나들이 중 아버지와 이토 씨는
뜻밖에도 전동공구에 취향이 통하고
나사를 고르고 씨앗을 사면서 즐거워한다
비파나무에 관심을 보이던 아버지는
오늘 즐거운 기념이라며 씨앗값까지 계산하고
조그만 텃밭을 가꾸며 적응해나가는데
평온함도 잠시 아버지의 좀도둑 습관이 들통나자
당분간 집 비운다는 메모를 남기고
수수께끼 상자와 가방 들고 사라지는 아버지
이토 씨 경찰 친구의 도움으로
고향 시골집에 머무르는 아버지를 찾고
아버지와 남매의 하룻밤은 춥지만 따스하다
피하지 말고 셋이서 해결하라는 이토 씨의
차분한 설득으로 일단 도쿄로 돌아가기로 하고
짐을 정리하는데 벼락이 감나무에 떨어져
시골집도 함께 불에 타들어간다
긴박한 상황에서 수수께끼 상자를 찾는 아버지
그 속에는 숟가락 포크 등 시시한 싸구려
아버지의 고독과 외로움이
별처럼 빛나며 와르르 쏟아진다
비 갠 후 불에 탄 집터에서
검게 타 뒤틀린 숟가락 하나를 집어 드는
아야의 얼굴 위로 아버지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오버랩된다
상심한 아버지를 문병 온 제자들이
딸과 함께라서 좋겠다는 말에
딸이 아버지를 모시는 게
당연한 건 아니지만 의무이긴 하더라도
아버지와 이토 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 싫다고 말하는 아야에게
교외로 이사해서 아버지와 함께 살자는
이토 씨의 어른스러운 다정함이 고맙다
간병인 있는 유료 양로원으로 가겠다며
남겨줄 돈이 없어 미안하다는 아버지는
이토 씨에게 비파나무를 부탁하고
그 김에 아야도 덤으로 부탁하고 떠난다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집을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묵묵히 배웅하는
딸의 표정이 한없이 적막한데
도망치지 않고 여기 있겠다는
이토 씨의 말에 아야의 눈물방울 주르르
하늘에서는 빗방울도 톡톡 주르르
아버지를 향해 웃으며 뛰어가는
아야의 얼굴이 밝아서 다행이다
고집불통 아버지와 무심한 듯 다정한 딸이
나란히 우산을 함께 쓰지는 못하더라도
고단한 인생의 빗줄기 속에서 가끔은
서로의 우산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이토 씨
세 개의 우산이 필요하지 않을까
각자의 우산을 쓴 세 사람이 함께 피워가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