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은유

첫째 주

by 유은강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 친구들에 대한 질투로 잠 못 든다는 내 투정을 들은 친구가 나를 글쓰기의 영역으로 다시 끌어내기 위해 던진 자극제였다.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불안했다. 책이 곧 끝나간다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꼼짝없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직감한 데서 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나는 글쓰기가 너무 어렵고 무섭다. 첫째로, 나같이 안 똑똑한 애가 글을 쓰면 안 될 것 같고, 혹시라도 실수하면 그 부끄러움을 견딜 자신이 없다. 내 어설픈 생각을 글로 옮겼다가 낮은 인식 수준만 드러낼까 봐,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나까지 쓸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책을 더 많이 읽고 똑똑해지면 써야지 하고 시작조차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 글을 쓸 때만큼은 존재에 대한 위협을 덜 받기 때문이다. 2년 동안 학보사에서 했던 글쓰기는 나를 잠 못 들게 했고, 공부하게 했고, 아프게 했고, 좌절하게 했다. 글을 쓰면서 행복한 순간보다 괴롭고 힘든 순간이 훨씬 많았지만, 그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고, 형편없는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글을 쓰면 글을 쓰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고, 글과 씨름하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인식에 이르는 길 위에서 그렇게 많은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식의 매력은 적을 것이다’. 은유 작가가 서문에서 인용한 니체의 말이다. 니체같이 위대한 철학가는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내 경험에 의하면 부끄러움은 극복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부끄러움을 이겨본 적도, 익숙해져 본 적도 없다.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도 없고, 글을 안 쓰며 살아갈 자신도 없는 나는 그냥 부끄러움을 가지고 쓰기로 했다. 부끄러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 그 용기로 그냥 쓰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살다 보면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사람들의 사랑이 나를 슬프게 했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같은.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 주연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수렁에 빠진 나를 건져 다시 글쓰기라는 바다에 빠뜨렸지만, 그 바닷물에 서서히 잠기면서 행복했다. 내가 잘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주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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