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일지

2020년 8월 22일

by 유은강

오늘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해줄게.

나는 지금 다이소에서 새벽조로 일하고 있어.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에 퇴근해.

나는 오픈하기 전 매일 새벽에 배송되는 상품들을 진열하는 일을 맡고 있어.


나는 1층 담당이야.

내가 주로 진열하는 상품은 물티슈, 각 티슈, 여행용 티슈, 면봉, 생리대, 머리빗, 헤어롤, 핸드폰 용품 등등이지.

요즘은 벌써 가을 시즌 상품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어.

오늘은 인형이 열 두 개 들어있는 대형 박스 열세 개를 창고에 날라 정리했지.

그렇게 열심히 인형을 창고에 쌓고 나서

본격적인 진열에 들어갔어.


첫 번째는 물티슈.

새로 온 박스를 뜯어 하룻밤 새에 빈 공간을 채워놓고,

재고가 없는 것은 한쪽으로 몰아 정리하고,

재고가 많은 상품은 칸을 비워 한 줄 더 깔아주고,

남은 것은 하부장에 넣는 거야.

하부장과 창고에 물건을 넣을 때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차곡차곡 정리하는 게 포인트야.

그렇지 않으면 매일같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품을 다 정리할 수가 없거든.


그렇게 7시부터 9시까지 물티슈, 생리대, 면봉을 정신없이 진열해.

그리고 9시가 되면 조회를 서고,

2층 사무실에 올라가 대걸레와 물 한 바가지를 가지고 내려와.

우선 기름 걸레로 실내 바닥을 한 번 밀고,

모아진 먼지를 빗자루로 쓸고,

물기 없는 대걸레로 한 번 닦아.

그리고 매장 외부를 빗자루로 쓸고

계단에 떠온 물을 뿌리고 대걸레로 한 번 밀어.

사무실에 올라가 대걸레를 빨아서 제자리에 널어둔 뒤

다시 내려와서 머리빗과 헤어롤을 진열하기 시작해.

헤어롤은 브랜드 별, 크기별, 색깔별, 용도별로 일목요연하게 진열해야 해. 처음에는 그게 그거 같고 다 똑같아 보였는데, 이제 스치듯이 봐도 어디에 진열해야 하는 바로 알아.

아마 지금 헤어롤 종류별로 진열된 위치를 그려보라고 하면 대충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또 정신없이 진열을 하다가 오전 10시가 되면 밥을 먹으러 가. 오전 10시 알람이 울리면 일단 사무실로 올라가서 유니폼 위에 체크 남방을 겹쳐 입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워. 그리고 들어와서 사무실에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카누를 한 잔 타서 싸온 도시락과 함께 먹지. 오늘 메뉴는 어젯밤 만들어둔 계란 감자 샌드위치였네. 밥을 다 먹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셔. 그러면서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어.

10시 55분 정도 되면 슬슬 테이블을 정리하고 복대를 차고 내려갈 준비를 해.

그리고 11시에 내려와서 미처 진열하지 못한 상품을 마저 진열해.

주로 핸드폰 용품이나 건전지, 밴드 종류를 제일 마지막에 진열하지


그리고 12시부터 셀프 계산대 앞에서 고객 응대를 해.


고객님 결제 어떻게 하세요?

카드 결제 이쪽으로 들어와서 셀프 계산대 이용해주세요.

이용해보셨나요?

네. 설명 한 번 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셔서 화면 터치 한 번 하시고요.

봉투 나와요. 안 하시면 건너뛰기 누르시고요.

네. 그다음에 스캐너를 잡으시고, 앞쪽 버튼 검지로 누르시면서

상품에 있는 큐알 코드 찍으시는 거예요.

바코드 아니고 큐알 코드입니다.

아니요. 버튼을 누르셔야 돼요. 앞 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불이 나와요. 네. 그렇죠.

자 여기도 찍으시고.

다 찍으셨으면 결제하기 누르시고.

포인트? 없으시면 건너뛰기~

이제 카드를 화살표 방향으로 쭉 넣어주시면 됩니다.

네 완료됐습니다.. 카드 빼주세요. 봉투 뒤에서 가져가시고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오후 1시가 되면 드디어 퇴근.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에 있는 간식통에서 과자 하나 가방에 집어 넣고 퇴근을 해.

그리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워.

이게 내 일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 6일 노동 일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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