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을 먹자

2020년 8월 25일

by 유은강

오늘 뭘 먹었어?

누구랑 먹었어?

나는 오늘 점심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와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이른 저녁으로 혼자 메밀소바를 먹었어.


나는 평소에 거의 혼자 밥을 먹어.

밥시간도 대중이 없고, 거의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든.

가깝지 않은 사람과 어색하게 밥을 먹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식사가 그립긴 해.


얼마 전에 집에서 혼자 영화 <미성년>을 봤어.

그리고 그 날 내 머릿속에는 주리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어.

“엄마, 나 지금 학원 앞인데. 나 집에 갈래.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밥 먹을래”.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아.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자신들을 덮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


밥을 먹는다는 건 살기 위한 행위이고,

함께 있는 건 슬픔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같이 밥을 먹자’라는 말은

‘같이 살자’,

‘같이 슬픔을 견디자’,

‘같이 슬픔을 견디며, 살자’라는 말이 아닐까.


나는 견뎌야 할 일이 있을 때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해서 엄마, 아빠의 안부를 묻고, 고양이의 안부를 묻고,

오늘은 뭐 했냐고, 오늘 뭐 먹었냐고 물어보고, 그리고 끊어.

그러면 다시 살고 싶어 져.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우리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가 오늘도 무사히 밥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조금 괜찮아져.


혹시 견뎌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잘 살아지지 않는다면

우리 같이 밥을 먹자. 우리 같이 그 시간을 꼭꼭 씹어 삼켜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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