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일
안녕하세요
저는 한동대학교 졸업생 13학번 윤예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청소노동자분들의 소식을 듣고
제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5년 동안 청소노동자분들께서 청소해주신 생활관과 강의실에서
먹고, 자고, 공부했습니다.
저는 제 손으로 학교의 어느 것 하나 깨끗하게 해본 일이 없는데,
청소노동자분들께서는 매일같이 몇천 명이 이용하는 건물을 쓸고 닦으셨습니다.
그런 청소노동자분들께 빚지지 않은 한동대 구성원은 없을 것입니다.
감사하고 또 너무 죄송합니다.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제가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된 이유는
조금이나마, 어떻게든,
함께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지금 저는 코로나와 생계에 발이 묶여 청소노동자분들이 계시는 학교로 갈 수 없지만
어떻게든 제가 청소노동자분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함께한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함께 있어도 아픈 것은 아프고, 슬픈 것은 슬플 테지요.
하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견딜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혼자일 때보다 여럿일 때 덜 무서우니까요.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힘과 용기가 필요한 청소노동자분들의 곁에 가만히 서있고 싶었습니다.
또, 저는 저들에게는 없고 청소노동자분들께는 있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저들에게 돈과 권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분께는 빛과 사랑, 정의, 정직, 진실함이 있다고.
무엇보다 ‘서로’와 ‘우리’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폭력과 불의를 저지르는 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감히 가지지도 못할
찬란한 빛이 청소노동자분들께 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예수님이 만약 한동대에 오신다면
교목실도 아니고, 채플도 아니고, 기도실도 아니고
아마 천막에서 청소노동자분들과 함께 계실 거예요.
저들만 그걸 몰라요.
저는 청소노동자분들께서 함께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으시도록
제가 있는 이 곳에서 부끄러움의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부디, 부디, 부디 몸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시길 바라요.
입맛이 없으시더라도 식사는 꼭 챙겨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3일 한동대학교 졸업생 13학번 윤예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