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8일
오늘 날씨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았니.
긴 장마와 태풍 후에 온 선물 같은 날씨였어.
이런 날은 몸이 피곤해도 발걸음이 가벼워서
자꾸만 걷고 싶어.
오늘은 오랜만에 행주를 삶았어.
나는 행주 삶는 것을 좋아해.
행주 삶기는 화장실 청소나 쓰레기통 비우기처럼
안 한다고 바로 티가 나는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거든.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주방 청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내가 그런 사소한 것도 잊지 않고 해낼 때,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져.
스테인리스 양푼에 행주를 넣고 주방세제를 풀어서 푹푹 삶으면
물이 끓으면서 행주에 배어있던 구정물이 죽죽 나오고,
그다음, 삶은 행주의 물기를 꽉 짜서 싱크대에 위에 너는 거야.
이렇게 하고 나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행주도 삶을 줄 아는 어른이라니,
나 좀 괜찮은 걸?’하고 으쓱하고 뿌듯해져.
너에게도 그런 일이 있니?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하고 나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일.
너만의 소확뿌.
소소하지만 확실한 뿌듯함을 주는 일.
혹시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내일 한 번 행주를 삶아봐.
베이킹 소다를 넣고 구정물이 나올 때까지 푹 삶아봐.
그럼 퀴퀴한 냄새가 나던 행주도 깨끗해지고
뿌듯함과 안도감, 편안함, 개운함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슬기로운 행주 생활은 이런 감정들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것 같아.
세상만사 다 행주 삶기만 같았으면 좋겠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