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1일
아빠가 잠시 병원에 입원을 했어.
그래서 어제는 오랜만에 아빠와 길게 통화를 했어.
병원에서 아빠는 느린 호흡으로
자신의 깊은 생각들을 말해줬어.
아빠와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나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여기가 내가 돌아갈 자리구나'
'내 사랑의 기원이 여기 있구나'
오늘은 내 사랑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
나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들에 대해.
내게 평생 사랑을 가르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 아빠는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야.
한 번은 아침에 예배를 드리러 가는데
아빠가 꽃집에 들러야 한다는 거야.
꽃집에 간 아빠는 국화를 한 단 샀어.
그리고 교회 한 구석으로 가더니
거기 있는 조그마한 비석 위에 꽃을 올려놨어.
그 비석은 군부대에서 복무 중에 돌아가신 어떤 중위님의 것이었어.
아빠는 그 중위님의 부모님이 매년 기일마다
우리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온다는 걸 알게 됐고,
올해 그분들이 오셨을 때 아드님의 비석 앞에 아무것도 없으면 서운해하실까 봐,
누군가 아드님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알지 못하는 사람의 비석 위에 하얀 국화를 놓았어.
우리 엄마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야.
아빠가 군에서 헬기 조종사로 있을 때
사고로 동료를 잃은 일이 있었어.
엄마는 그 장례식장에 차마 가지 못했어.
빈소에 계시는 아내 분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대.
너무 미안해서.
자기 남편만 살아있는 게 너무 미안해서 거기 갈 수가 없었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가 내 사랑의 기원이야.
슬픔과 부끄러움의 자리.
내가 경험한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준 가르침.
내가 길을 잃을 때마다 거슬러 올라가는 사랑의 기원.
떠날 때 자꾸만 뒤돌아보고,
반드시 다시 돌아가게 될 나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