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친구 소개서

2020년 9월 12일

by 유은강

1. 입사 지원동기를 작성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귀사에 지원한 지원자의 친구입니다.

여러분께 제 친구를 소개하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 친구의 스펙이 아닙니다

저는 사람에게 스펙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굉장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제품에 빗대 물화하는 몰지각한 단어가 아닌지요.

제 소중한 친구는 그런 단어로 평가될 수도, 평가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인재(材)로 여기고 스펙으로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는 것이 당신들의 일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평가되는 제 친구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정리하고,

기어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친구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닐는지요.

그것이 제가 이 편지를 쓰는 이유입니다.


2.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장점에 대해 서술하세요.


제 친구는 시를 씁니다.

더 재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더 잘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제 친구는 시 쓰는 법을 배웁니다.

사랑이 없다는 그의 시에는 어쩐지 사랑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제 친구는 자신이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사랑합니다.

운동에 대한 제 친구의 열정은 단순히 ‘풋살을 좋아한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여성이 풋살이라는 종목에 발을 들이고, 3여 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는 것은

자기 안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친구는 자신이 만든 새로운 세계에 다른 여성을 초대하고 싶어 합니다.

친구는 말합니다.

“내가 풋살을 통해 발견했던 이 낯선 욕망이 분명히 다른 여성에게도 있을 것이다”

제 친구는 자신이 경험한 기쁨과 충만함을 다른 여성과 함께 나누기를 원합니다.

자기 변화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변화까지도 생각하는 시야가 넓은 사람입니다.


제 친구는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최애 드라마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정주행 하고, 매년 최애의 순위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가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드라마 속에서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울고, 불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이 좋다고 말합니다.

제 친구는 이렇듯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함께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자꾸만 그런 풍경으로 마음이 기우는 사람.

자신의 일상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일상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

일상을 잃은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일상을 회복하고 싶은 사람.

드라마 속 풍경을 삶으로 살아내고 싶은 사람.

드라마를 통해 사람은 아름답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확인하고

그렇게 믿음으로써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

저는 그가 읽는 기사와 그가 보는 드라마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가 바라는 건 이 사회에서 일상을 잃은 사람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드라마에 나오는 따뜻한 일상과

희미해져 가는 ‘함께’라는 단어를 되찾는 것이 아닐까요?


제 친구는 책임감이 강합니다.

저는 학보사 시절 이 친구 밑에서 수습기자 생활을 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4여 년동안 지켜본 결과

이 친구는 쉬는 법이 없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이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요?

감히 추측하건대 저는 그 에너지의 원천이 그가 가진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만 생각하기도 벅찬데,

제 친구는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생각합니다.

정혜윤 피디가 <아무튼, 메모>에 쓴 꿈에 대한 정의처럼

제 친구의 책임감은 ‘기쁘게 이 세상의 일부분이 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세상에 속해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할 줄 아는 능력.

그 속에서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을 찾아 기꺼이 그 무게를 지는 삶.

저는 그것을 정의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그의 에너지의 원천이 아닐까요.

사회에 발붙이고 살아가지만

그 안의 부조리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관찰자로 남아 있는 사람.

앎에서 오는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계속해서 읽고 공부하며 배우는 사람.

그래서 눈이 반짝하고 빛나는 사람입니다.


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그러니 당신이 제 친구를 어떻게 평가했든

제 친구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크고, 더 깊고, 더 복잡한 ‘사람’입니다.

스펙보다 훨씬 중요하고, 다른 그 무엇보다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선한 마음, 반성하는 태도, 변화하려는 의지 등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러니 부디 제 친구를 재화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시길.

실력은 평가하더라도 진심을 평가하지는 말아주시길.

제출한 서류만으로 삶의 내력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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