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
아주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
그동안 뭘 했냐고.
삼주 내내 거의 매일 집을 보러 다녔어.
대출받아 전세로 옮기려고.
그리고 오늘 드디어 계약을 했어.
내가 그동안 한자도 쓰지 못했던, 않았던 이유는
내 생각만 했기 때문이야.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내 시간은 오직 ‘나’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어.
나 자신만을 생각할 때,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을 때,
나는 아주 무기력해진다는 걸 알았어.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서
내 존재만을 생각할 때
이 세상 혼자 다 사는 것처럼 행동할 때
나는 완전히 늪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려.
와이파이 끊기듯이 세상과 타인과의 연결이 뚝 끊겨서 무기력해지는 거지.
그때부터는 그냥 나락이야.
나는 연기를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데
내가 이 모든 것을 단지 ‘잘 해내고 싶다’ 고만 생각할 때
이것들로 내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고 싶은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것을 나의 과제로, 과업으로 생각할 때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런 일들은 순식간에 빛을 잃어.
그럼 나는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길을 잃어버려.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스스로를 더 다그치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일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까지 빼앗아가.
그리고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나는 정말 이걸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왜 이걸 하려고 하지?’
‘내가 이걸로 뭘 할 수 있지?’
‘나 왜 이러고 있지?’
근데 내가 어떻게든 세상과 연결되어 있을 때 이런 질문은 고개를 들지 않거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대 위에서 아무 생각을 안 하는 것처럼.
글을 쓸 때 삶의 의욕을 되찾는 것처럼.
내가 바라는 것이 타인과의 연결일 때
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어.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내가 타인으로부터 위로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
내가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믿는 것.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
우리를 계속 살게 하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타인과의 연결에서 오는 온기, 믿음, 용기 같은 것 말이야.
내가 만약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시작했다면
아마 한 편도 완성하지 못했을 거야.
내가 긴 휴재 끝에 용기 내어 이렇게 다시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너와 계속 연결되고 싶었기 때문이야.
라디오 PD 정혜윤은 <아무튼, 메모>에서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해.
“꿈이란 기쁘게 이 세상의 일부분이 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꿈이라고 하면 늘 혼자만의 꿈을 생각하지만 꿈은 자기애의 표현이 아니다.
이 세계의 한 부분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내 꿈은 너랑 계속 연결되는 거야.
그렇게 내가 전부인 세계에서 벗어나
너랑 내가 사는 이 세계의 한 부분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