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는 발버둥

2020년 8월 17일

by 유은강

나는 지금 대체 휴일을 맞아 목포로 향하고 있어.

정말 오랜만에 휴식이야.

충분히 잘 수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루를 편안히 보낼 수 있는.

흔치 않은 날이니까 이 시간을 이용해 그동안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던 일을 하나 시작해보려 해.

앞으로 매일 편지를 써서 올리는 일을 해보고 싶어

그날 들었던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서 한 편의 글로 남기고 싶어.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SNS에 업로드할 생각이야.


이건 전적으로 나를 위한 일이야.

매일 편지를 쓰면서 내가 지금 살아내고 있는 ‘현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싶어.

현재를 뛰어넘는 미래나 결과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삶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매일의 생각과 내게 일어나는 변화를 기록해두고 싶어.


고흐가 테오에게 왜 그렇게 자주 편지를 썼다고 생각해?

나는 고흐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 삶을 지탱하기 위해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고 생각해.

고흐가 테오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그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예술가로 살아가며 수시로 마주한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을 테오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고흐는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고흐는 테오에게 편지를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격려하고, 설득하고, 보호했을 거야.


나도 그래.

너에게 매일 말을 거는 방식으로 나는 더 잘 살아보고 싶고, 이 과정도 사랑해보고 싶어.

내가 좋아서 한 일이 혹은 내가 살기 위해 한 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면,

더 나아가 살아갈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게 예술이 가진 가장 큰 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고흐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그림은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를 줬을 거야.


나도 사는 게 자신이 없을 때마다 꺼내 듣는 음악과 꺼내보는 글과 그림이 있어.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건져 올린 작품을 보고, 듣고, 만지며 나는 조금 더 살아볼 용기를 얻어.

그래서 나의 욕망과 절망의 방향을 조금 달리 해보려고 해.

마냥 주저앉지는 않겠어.

내가 살아보려고 치는 발버둥이 너에게 살아갈 용기를 줄 수 있을까.

그러면 이것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으려나.


유은강의 <당일 생산>

매일 그 날의 생각, 사건, 변화 등을 편지의 형태로 기록합니다. 평소 당일 생산된 빵이나 떡을 지나치지 못하고 사는 편인데, 어느 날 빵을 먹으며 글도 당일 생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목표를 잊을 만큼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저는 쓰고, 그리고, 노래하고,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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