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모른다

2020년 8월 20일

by 유은강

요즘은 집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매일 출근을 하고 있어.

너는 잘 지내니. 항상 몸 조심해야해.


나는 요즘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

그 사람들은 나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이 빠르고, 말이 많아.

빠르게 많이 하는 말은 대개 부정확하지.

나는 그런 사람과의 대화를 최대한 피해.


내가 요즘 가장 경계하는 말이 있어.

‘우리 사이에’라는 말이야.

‘우리 사이에’라고 말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버리니.

‘우리 사이에’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서로에게 배울 것도,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없다는 말 같아.

그래서 이 말을 아주 위험해,

우리는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꼭 실수를 저지르고 폭력을 저지르게 되니까.

그러니까 가족에게 가장 많이 실수하고 상처주는 게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우리 사이에’ 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하자.

대신 최승자 시인의 시, <일찍이 나는>에 있는 구절처럼 이렇게 말하자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모든 관계는 이렇게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너를 모른다. 나는 너를 모른다”

그래야 너와 나의 관계가 ‘모른다’는 도돌이표로 끝나지 않는 노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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