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1일
나는 아직은 이 시간이 기다려져.
너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
나는 하루를 아주 바쁘게 살아.
주 6일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을 하고,
오후 시간에는 잠시 쉬거나 개인 연습,
저녁 시간에는 공연 연습 또는 요가,
그리고 매주 한 번씩 있는 연기 레슨과 보컬 레슨.
이렇게 하루에 보통 스케줄이 서너 개 정도 있어.
알바, 연습실, 레슨 장소의 동선도 중구난방이라
이동거리와 비용도 만만치 않지.
매일 평균 만 사천보에서 만 육천보 정도 걷는 것 같아.
이런 스케줄 속에서 내가 잃지 않고 싶은 건 타인에 대한 친절함이야.
지치고 피곤한 와중에도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
왜냐면 예민하고 못되게 구는 내 모습은 너무 별로거든.
안 그래도 못났는데 더 못나보여.
하지만 정말 피곤한 날엔 친절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싶고,
내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지하철 빈자리.
철학, 인문학, 연극, 음악, 인류애, 삶의 의미, 인간 실존 다 모르겠고
그냥 지금 오는 지하철에 제발 빈자리 하나만 있게 해달라고 비는 거야.
어깨에 매달린 가방을 저주하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다음 역에서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거야.
그래서 난 체력을 기르고 싶어.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근력운동을 하고 싶어.
노동을 하고, 연습을 하고, 하루 평균 만 육천 보를 걷는 스케줄을 소화하며,
신촌으로, 신사로, 종로로, 부천으로 종횡무진하는 스케줄 속에서도
친절을 잃고 싶지 않아서 코어의 힘을 기르고 싶어.
몸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피로에도
전단지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와 체력.
친절 근육, 친절 체력, 친절 코어를 기르고 싶어.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와도 널 위로할 수 있는 힘을 남겨놓고 싶어.
그래서 얼마 전에 처음으로 돈을 주고 비타민을 샀고,
요가를 시작했어.
친절하지 못할 만큼 너무 지치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