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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샘 Nov 09. 2023

바오 가족을 아십니까?

판다멍으로 힐링하기

  말하는 동물원 뿌빠TV.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채널의 방송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강철원 사육사 님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바오 가족들이다. 러바오(11세, 수컷)와 아이바오(10세, 암컷)은 판다 커플로, 2016년 한국에 오게 되었다. 러바오와 아이바오에게는 세 딸이 있다. 큰딸 푸바오(3살, 암컷)와 쌍둥이 자매 루이바오 & 후이바오(1살, 암컷)가 그들이다. 푸바오는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판다 3위에 오른, 그야말로 월드슈퍼스타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연번식으로 태어났기에 분홍빛이 발그레 도는 새끼일 때부터 모든 성장과정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봐 온 사람들에게는 푸바오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애초에 더 어려운 일이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올해 7월에 태어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둘째 출산 소식을 기다리던 차에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았다. 루이와 후이는 등 무늬로도 구별이 가능하지만 성격도 사뭇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뒷발에 힘을 주고 걷는 연습이 한창이다. 사육사 할아버지를 향해 힘겹게 한발 한발 떼는 걸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귀여움 뚝뚝 흘리고 다니는 새끼 판다. 바오 가족 아님 주의. (사진출처 - 픽사베이)


  바오 가족들은 생김새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친 귀여움! 이것이 판다가 생존한 비결이라고 하던가. 그야말로 보는 사람 심장을 부여잡게 만든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으리라. 사육사 할아버지들과의 케미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이다. 판다들을 돌보는 사육사들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늦둥이 막내를 본 아빠, 혹은 첫 손주를 손에 안은 할아버지의 눈빛이 이럴까? <유퀴즈>에 출연한 강철원 사육사 님이 말씀하시길 딸이 푸바오를 질투한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 만하다. 그런가 하면 바오 가족들은 또 얼마나 야무지게 사육사 할아버지의 말에 반응하는지. 한국어능력시험 1급 자격증이라도 가졌나 싶다. 특히 아이바오는 쌍둥이 자매를 낳고 나서 종종 강 사육사 님을 향해 눈빛을 발사하곤 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아빠, 젖 먹는 새끼 판다가 자꾸 미끄러져요. 어서 와서 엉덩이 좀 잡아주세요!" 그럴 때마다 강 사육사 님이 자의 반 타의 반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모습은 놀랍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반려동물들도 새끼를 낳은 직후에는 보호 본능으로 예민해져서 주인을 물 때가 있다는데, 자기 새끼를 사육사에게 맡기는 맹수라니. 어지간한 신뢰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푸바오는 조만간 중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판다는 멸종위기종으로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중국은 임대 형식으로만 판다를 다른 나라에 보내고 있으며, 이를 '판다 외교'라고 한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도 15년 계약으로 우리나라에 와 있는 상태이다. 다른 나라에서 새끼가 태어날 경우 성 성숙이 이루어지는 만 4세 이전에는 번식을 위해 중국에 돌려보내야 한다. 문제는 중국에서 판다를 학대하거나 무리한 짝짓기를 시킨다는 논란이 종종 있어 왔다는 점이다. 다행히 푸바오는 이미 슈스의 반열에 올라 반환 전부터 중국의 기업들로부터 스폰서 제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학대의 위험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지옥엽으로 애지중지 키운 판다가 먹거리도 언어도 낯선 땅에 가서 잘 적응할까 하는 우려가 크다. 푸바오는 동생들이 태어났을 때 질투를 하는가 하면, 낯도 가리는 똑똑한 판다라서 더 안쓰럽고 염려된다.


이름 모를 판다가 햇살 아래 늘어져 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요즘 말로 판다멍. 알고리즘 덕에 바오 가족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판다들의 영상이 유튜브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바쁘고 지칠 때 판다들이 먹고 놀고 뒹굴거리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나만의 힐링 타임인 셈이다. 맹수의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존을 위해 귀여운 초식동물로 진화한 판다. 더 추워지기 전에 바오 가족의 실물을 영접하러 에버랜드나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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