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최정상(最頂上)에 선 사람들은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며, 무엇이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이들을 기업가나 창업자, 경영인, CEO 등으로 부른다. 이들은 정치인이나 학자나 운동선수들과 다른 영역에서 최고에 오른 사람들이고, 이들이 가진 독특한 DNA를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 한다.
그런데 용어의 의미가 무엇이든 궁금한 것은 ‘어떻게 그들은 그 자리까지 올라갔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키워드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을 검색하면 2023년 6월 현재 2,402건의 논문이 검색된다. 구글 학술검색에서 ‘entrepreneurship’으로 검색하면 3,020,000건의 학술자료가 검색된다. 셀 수 없이 많다.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는 의미다. 개개인마다 다른 특성이 환경과 작용하여 만들어진 결과를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시도가 무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기업가나 기업가 정신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글에서는 방대한 연구 자료와 수없이 떠오르는 기업가 또는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으로 그 끝자락이라도 잡아보고자 한다.
1. 그들은 누구인가?
기업가(entrepreneur)는 ‘착수하다’, ‘시작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Entreprenedre’에서 유래하였다.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가 (entrepreneur)에 대하여 ‘企業家(Businessman, Owner)’인지 ‘Entreprenedre’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起業家’인지 불분명하게 사용하고 있다. ‘起業家’보다 企業家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그런데 企業家들이 정말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진 사람일까? 사전적인 의미로 ‘企業家’란 ‘이윤창출을 목표로 시업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또는 Manager)에 가깝다. 이들은 본인이 사업을 일으킨 사람도 있지만 물려받은 사람도 있고 전문경영인으로서 안정적인 운영과 성과창출을 위해 임용된 사람들도 있다. 그러므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서 의미하는 기업가에 일부 충족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기업가(entrepreneur)에 부합하는 사람은 ‘기회를 실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이므로 ‘起業家’라는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의미로 ‘모험이 필요하나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참신한 사업이나 투자의 대상’을 의미하는 벤처(Venture)등의‘創業家‘로 볼 수도 있겠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기업가에 대한 정의를 보면 사회문화연구소에서는 ‘이윤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을 관리하는 일에 종사하는 자본의 소유주’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기업교육학회에서는 ‘사업체를 설립, 조직, 관리하고 내포된 위험을 감수하는 개인으로 주로 1세대 경영자를 의미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들 주장 역시 하나는 CEO의 개념에 가깝고, 하나는 entrepreneur에 근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起業家’의 관점과 한국기업교육학회의 정의에 좀 더 많이 동의하는 편이지만, 이것도 개인 생각일 뿐이다. 기업가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아직도 기업가(entrepreneur) 또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한 가지 이슈는 그것이 CEO이든 entrepreneur 이든 관계없이 대부분의 주장과 연구에서 주장하는 그들은 이런 일을 하는 소수의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들 또는 이들이 가진 정신은 과연 그들 소수에게만 있는 것이며 그들만이 가진 특성일까? 기업가나 기업가 정신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실제 구현했느냐 못 했느냐의 차이만 소수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2. 대표적으로 그들을 연구하고 언급한 사람은 누구인가?
불명확하고 혼란스러운 기업가 또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큰 획을 그은 연구자를 보면 먼저 조지프 슘페터(J.A.Schumpeter)를 들 수 있다.
그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재화와 생산, 기존 재화의 품질 향상, 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신시장의 개척, 원료와 부품의 새로운 공급원 획득, 새로운 산업 조직 형성 등과 같은 생산 요소의 새로운 결합에 의해 발전한다.’는 주장을 통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를 유발하는 혁신 활동을 하는 자’라고 주장하며,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학자인 티몬스(Jeffry A. Timmons)는 창업 초기 과정에 필요한 4가지 요소로 ‘창업 기회’, ‘자원’, ‘팀’, ‘창업가’를 언급하였다. 즉, 창업(創業)이란, ‘창업 기회를 발견하고, 한정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창업 기회를 실행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여 기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한 명의 학자는 한편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이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 정신’을 기업가 정신이라 하였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공통점은 ‘새로운 기회’, ‘개척’, ‘위험감수’, ‘사업화하는 자세와 정신’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기회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기회는 위기와 변화의 틈새에 있다.’는 말처럼 변화가 없다면 기회도 없다. 변화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화하는 사람들이 기업가라면 그들의 구체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3. 그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기업가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주장 역시 여러 주장이 있다. 공통적인 요인은 ‘실제 기업을 일으킬 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려움과 장애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기업가는 창업에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그 일을 추진해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기업가는 도전정신, 열정, 성취욕구가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맥클랜드(McClelland)의 연구에 따르면, 성취 욕구, 혁신성, 위험감수성, 진취성(자발성)이 필요하다. 성취 욕구란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개인의 포부, 노력 및 지구력, 개인 생활은 물론 조직의 성공과도 밀접히 관계있는 요인이다.
기업가들은 높은 성취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기업가들은 새로운 조직이나 기존 조직에서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 시장 또는 기술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추진하려는 성향인 혁신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불확실한 결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도전하려는 위험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맥클랜드는 ‘위험감수성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며, 기업가와 경영자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기준’이라고 하였다. 기업가가 가진 진취성은 변화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경쟁환경에 대응하는 창업가의 태도와 관련된 성향으로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경쟁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경쟁사를 제압하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말한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기업가에 대하여 빅터 기암(Victor Kiam)은 ‘ 기업가들은 장애와 기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장애와 기회 둘 다 이점으로 바꿀 수 있는 자들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정말로 맥클랜드의 주장처럼 성취 욕구, 혁신성, 위험감수성, 진취성(자발성)이 있으면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이것들은 오히려 2차적인 문제이다. 진정한 기업가 또는 기업가 정신의 시작은 다른 것일 수 있다. 또한 ‘한번 일으킨 기업이나 사업은 영원히 잘 유지되고 성공이 지속적으로 보장되는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또 다른 기업가 정신 DNA가 있지 않을까?
4. 기업가 정신을 갖기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이고, 일으킨 사업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기업가 또는 기업가 정신의 시작은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변화는 위기이면서 기회라고 하였을 때,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질문이 중요하다. 에미상 수상자인 프랑크 세스노(Frank Sesno)는 ‘더 많이 질문하는 자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하였다. 질문하지 않고 어떻게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겠는가?
기회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질문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렉 옴(Greg Orme)이 [휴먼에지]에서 말한 것처럼 ‘기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인간의 초능력이라 할 수 있는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호기심을 가질 수 있고, 호기심으로 인하여 왜 그런지 질문하게 되고 질문이 곧 기회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일상생활 속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은 누군가가 일으킨 사업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인간이 만든 모든 생산물의 원인은 인간의 생각이고, 그 생각의 출발은 호기심을 통한 질문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의 출발은 곧 질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일으킨 사업이나 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속적인 추진력이다. 열정의 의미와는 다르다. 지속적인 추진력을 가지고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려는 정신에 기름처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열정이다. 다만 에너지는 주입되었지만 지속적으로 그것을 유지하거나 나아가고자 하는 추진력이 없으면 에너지는 활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속적인 추진력과 지속 가능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이나 사업이 존경받아야 한다.
5. 누가 존경받고 누가 외면당하는가?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가?
기업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경제적인 부’를 달성하는 것인가? ‘기술적인 진보’를 이룩하는 것인가? 둘 다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했다 하더라도 기술적인 진보를 이룩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사회 공익이나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존경받는 기업가 또는 기업이 될 수 없다.
이나모리 가쯔오를 일본에서는 ‘경영의 신’으로 부른다.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존중받는 기업이다. 이들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이타주의가 있고 환경 문제를 진심으로 실천하는 철학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기업가 또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단지 무엇인가를 일으키는 사람이거나 돈을 만드는 기계와 다를 것이 없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가 마켓 3.0을 통해서 주장한 기업의 사회공헌과 고객중심의 사고방식,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주장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경영’이라고 했던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최근에 가장 중요한 가치경영으로 대두되고 있는 ESG 경영 사조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기업가에게 제일 중요한 DNA이면서 필수 항목은 사회에 대한 기여와 인간 존중의 정신이다.
6. 미래에 요구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COVID-19 엔데믹인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위기라고 이구동성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기업에게 위기인가? 기회를 포착할 때인가? 모든 위기에서 기회를 볼 수 있으면 기업가이고, 지금이 위기라면 지금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 제일 많이 발현될 때이다.
ESG 경영은 각 요인별 점수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포착하는 최고의 격전장이다. 생성형 AI는 기존 사업의 종말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플랫폼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호기심을 통한 질문을 시작하고, 성취 욕구, 혁신성, 위험감수성, 진취성(자발성)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비즈니스를 일으킨 후, 지속적인 추진력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을 추진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이 사회를 위한 공익적인 역할과 이타주의를 발휘하고, 다시 사람을 중심에 두는 윤리적인 접근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으로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그들과의 대결이 아니라 그들과 협업하여 제3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AI와의 협업 능력을 기업가 정신에 추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