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반복적으로 새해에 대한 전망과 트렌드 분석들이 등장한다. 제대로 변화를 꿰뚫는 경우도 있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예측을 대중에게 주입하여 미미했던 변화를 대세 트렌드로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변화의 방향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 고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그만큼 미래는 예측하거나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변화 현상 속에는 공통적인 요인이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적인 변화를 어떻게 읽어 나가느냐에 따라 미래에 대한 대응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할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꼭 붙잡고 가야 할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2024년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먼저 고려해 볼 핵심 단어는 ‘속도’다.
1990년대 초에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를 2024년 기준으로 역산하면 30여 년, 2006년 스티브 잡스가 손에 들고 나타난 아이폰은 18년, 2022년 말에 등장한 생성형 AI는 1.5년으로 역산해볼 수 있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정 보 단위를 ‘0’ 또는 ‘1’로 표현하는 비트(bit)를 기본 단위로 삼는다. 이와 같은 컴퓨터 중 가장 성능이 좋은 컴퓨터는 슈퍼컴퓨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양자컴퓨터에 관련된 개발 소식이 여기저기 들 린다. 지금도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른데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겹치기) 상태’까지도 가 능한 큐비트(qubit: quantum bit)를 기본으로 한 양자 컴퓨터의 세상은 얼마나 더 빨라질 것인가?
둘째, ‘판도라의 상자’이다.
앞서 제시한 빠른 변화 속도에 따라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현상이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생명의 신비를 하나씩 밝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생을 꿈꾸는 도전들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다. 호모사피엔스들은 평균수명 60세를 기준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맞춰왔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선진국조차 60세 평균수명은 꿈의 숫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100 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광고나 문구가 여기 저기 등장한다. 수명 연장에 따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계획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도라의 상자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셋째, ‘개념 확장’이다.
과거에는 세부적이고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시대였다. 하나하나가 전문성을 발휘하고 존중받는 시대였다. 소위 점(點)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0년 중반부터 스티브 잡스에 의하여 이러한 점 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선(線)의 시대로 바뀌었다. 선의 시대에 점들은 혼자 독립하기 위태로운 시대이다. 개념 정립이 확실하고 세부적이면서 전문적인 분야들은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고,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면 알고리즘이 생기게 된다. 이는 다시 AI 개발로 이어지면서 또 한번의 변화가 나타난다. 선(線)을 통해 수집된 대단위 정보들(big data)은 그 속에서 하나의 연결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연결을 통해 플랫폼이라는 ‘지식 덩어리’를 만들며 선을 넘어 면(面)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 면(面)으로 변해가는 분야들은, 알 수 있는 범위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개념들의 범위가 확대되어 간다.
예를 들어 의료산업은 ‘질병치료 (Treatment)’라는 개념으로 고착되어왔는데, 면의 시대가 되면서 ‘헬스케어(Healthcare)’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헬스케어(Healthcare)’는 다시 ‘건강 (Health)’을 넘어 ‘행복(Happy) 추구’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이런 변화과정을 통해 새로운 신사업 영역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질병치료(Treatment)’라는 한정된 사업 영역이 아니 라 ‘행복(Happy) 추구’라는 아주 넓은 개념의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넷째, ‘고령화’이다.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가장 심각한 국가이다. UN보고에 따르면 세계 65세 인구 비율은 1990년 6.2%에서 2030년 11.7%, 2100년 에는 22.6%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는 아니다. 그렇지만 비즈 니스적으로는 세계가 늙어감에 따라 ‘돌봄’과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이 늘어나게 된다. 돌봄에 필요한 인구도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돌봄의 영역도 넓어질 것이다. 그동안 돌봄이라면 환자, 노인, 장애인 등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 들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상인의 일상생활까지도 돌봄의 영역에 해당될 것이다. 예를 들면 정상적인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부모가 직장에 출근하면 어린이집으로 가거나 친(외)조부모가 돌보는 것이 이미 일상으로 굳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정상이지만 은퇴한 노인들의 취미나 여가는 물론, 늘어나는 핵 개인들의 정서적인 문제나 관심도 돌봄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분야는 어디든지 돌봄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병원 사업에서도 수명 연장으로 인한 급성기 치료 후 가정으로 돌아간 재활환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돌봄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런 영역들 은 무료 복지영역에서 유료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속도’, ‘판도라의 상자’, ‘개념 확장’, ‘고령화’라는 공동적인 변화 양상을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계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판도라의 상자’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새로운 사업 영역이 나타나면 기존의 비즈니스 분야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들은 새로 운 반향으로 전환하던지 아주 처절한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좌초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새로 열리는 사업 영역은 블루오션이고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돌봄’이나 ‘행복 추구’ 등이 새로운 사업 영역이 될 것이다.
둘째, ‘안목’이 필요하다.
판도라의 상자는 계속 열 리고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느 한 기업이나 국가가 전부 독점할 수는 없고, 기존의 직업이나 일자리로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변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판도라의 상자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그것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그것을 어떻게 보 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틈새’를 찾아야 한다.
거대하고 오래 걸리는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틈새를 찾아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애자일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유용할 것이다.
넷째, ‘비즈니스 구조’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인구 구조는 물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예상되거나 예측되는 사업 영역은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아나 청소년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 분야는 고급화를 추구 해야 할 것이고, 노인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에 중저가 대량 생산은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은퇴자들을 위한 고급 상품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비즈니스 영 역이 필요할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쉽게 예측되고 누구나 다 알 수 있도록 투명하다 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까? 불투명하다는 것은 그래 서 위기이지만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