恩山 박 병태
문도 없는 부엌이라
귀퉁이의 양동이 물도
꽁꽁 얼어붙은 한 겨울
한 해 겨울을 보내기가
그렇게 힘들었던 두메산골에서
엄마는 살을 에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양동이 얼음을 깨서
맨손으로 밥을 안치셨다
서까래가 고스란히 드러난 천장과
황토로 덧칠한 벽이 그을려
시간의 두께가 덕지덕지 내려앉은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엄마는 불을 지피셨다
행여나 구들장이 식었을까 봐
문풍지 샛바람에 감기 들까 봐
엄마는 캄캄한 부엌에서
솔 갈비 군불을 지피셨다
따뜻한 밥 한 끼 아쉽던 시절
어느 것 하나 풍족한 것이 없었던 시절
엄마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으로 정을 나누는
부족하지만 넘치는 밥상을
새벽부터 만들고 계셨다
엄마의 부엌은
행복을 창조하는 공간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
무엇이 즐거우셨는지
홀로 콧노래 부르시던 무대였다
나는 아직 눈을 감은 채
뜨뜻해지는 등허리에
베개 하나를 끌어안으며
엄마의 행복 공간에
보이지 않는 관객으로
열렬한 박수 대신
살짝 지은 미소를 보낸다
아시는 걸까?
엄마는
갓 지은 가마솥 밥 냄새를
보글보글 된장국 냄새를
섬마을 선생님 2절을
들려주셨다
따뜻한 옥 장판 위에서 꾼
행복한 꿈
오늘 아침은 가벼운 시래깃국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