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06. 추억은 넘기는 것이다

추억에 관한 박병태 시선(詩選)

by 박병태

추억은 넘기는 것이다.


恩山 박 병태

<추억의 책갈피, 출처 : 한국일보 2018. 10.11일자 >

추억은 언제나 과거형이다

추억은 혼자 생기지 않는다

추억은 시간을 거슬러 쌓이지 않는다



추억은 바랠수록 아련하다

추억은 두 사람일 때 애절하다

추억을 꺼낼 때는 순서가 없다



추억은 넘기는 것이다

꺼낼 때도 되돌아갈 때도

추억은 넘기는 것이다



아련한 추억


恩山 박 병태


모두 차렷!

구령이 있는 것도 아닌데

태어나 처음 찍는 사진에

온 동네 후배들이 기립하던 시절

보일 듯 말 듯 우리 집 배경이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으로

눈을 감게 한다


비뚤어진 전봇대에

새들이 집을 지을 때마다

곡예사처럼 기어올라가

새알을 훔치던 생각


자그만 마당 위에서

고무줄놀이하던 친구들에게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다가가

고무줄 끊고 달아나던 생각


오렌지 깡통에

관솔 가득 담아

콧구멍 까맣도록 돌려대던

쥐불놀이 생각


지금은 가고파도 사는 이 없고

밭이 되어 버린 마당과

과수원이 되어버린 집터를

지날 때마다

아련하게 되살아나는

어릴 적 추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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