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07. 친구

"친구"에 대한 박병태의 詩 세편

by 박병태

이런 친구가 있어 좋다

恩山 박병태


멀리 살아도
가끔 한 번씩은 얼굴 보자던 친구

근처 왔다가 그냥 지나친 거 알면

찾아와서 복수하겠다던 친구


협박에 못 이겨 찾아간 길에
값비싼 소갈비는 맛이 없다며
지역 명물 석갈비를 정만큼 주문하여
배불리 먹도록 배려하는 친구


황새바위[1] 입구 몽마르트르 카페에서
커피 한잔 같이 할 잠깐의 짬만 주고
우리 부부만의 호젓한 시간을 위해
별로 바쁘지 않은 사람이 갈길 바쁘다며

자리를 비워주는 친구


상남자가 갖은 발효액을
예쁜 유리병에 담아
행여나 깨질까 봐 신문지까지 사이에 끼워
오래 두고 먹으려는 발효액인데도
금방 안 먹으면 상한다며
아끼지 말고 먹으라며 건네주는 친구


자기는 술 좋아하지 않는다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허리춤 높이의 자연산 대물 도라지 술을
빈 박스에 대충 담아
별거 아닌 것처럼 건네주는 친구


귀한 선물 아까와서
고이고이 진열해 놓은 사진을 보고
그것은 눈으로 먹는 게 아니라면서
내년에 또 담아 줄 꺼니

얼른 먹으라고
뒤 끝 있게 관리하는 친구

나는 공주에 이런 친구가 있다.
그래서 참 좋다.


[1] 황새바위 : 충남 공주에 위치한 천구교 성지 이름




친구의 장례식

恩山 박병태


초등 친구지만

몇십 년 동안 연락도 못했던 친구

갑작스러운 부음에 찾아갔지만

영정사진 속 친구도 낯선데

생면부지로 처음 만나는 미앙인과의

조문은 낯설기 만하다


서울 변두리 작은 장례식장

일가친척 말고는 찾아오는 이 없는

쓸쓸한 조문실


저 사람은 누구야? 왜 온 거지?

친구가 없는 낯선 조문실에 홀로 앉은 나를 보며

경외하는 시선은 헛기침만 부른다.


어색함에도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친구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겸연쩍고 미안한 마음에

소주 한 병 시켜서 슬픔까지 마셔본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조문실

말없이 쳐다보는 너도

할 말없는 나도

그냥 침묵 할 수 밖에는...


사는 게 뭔지

삶에 대한 쓸쓸함만 커져가는

신월동의 외딴 장례식장에서는


팔꿈치처럼 삶에 대한 외로움이

저려온다.


친구야

한 병만 더 먹고 가마......




오랜 친구

恩山 박 병태


그대를 만나 행복을 얻었으니

나 그대에게 좋은 친구가 되리라


친구로 만나 기쁨을 얻었으니

난 그대에게 영원히 기억되리라


나 그대에게

그댄 나에게

넘치는 충분함은 아닐지라도

언제까지나 소중한 친구가 되리라


나는 눈 감으면 떠오르는 넉넉함과


믿음으로 그대에게 오랜 친구가 되리라

그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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