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병태 Feb 03. 2020

A-26. 라이딩에서 경영을 만나다

친구가 즐겨 타던 자전거를 주고 이사 갔다.

어린 시절 시내버스가 없어 중학교까지 5KM를 매일 등하교하던 생각에 선뜻 자전거를 받아 여기저기 낡은 부분을 수리해서 나의 체형에 맞추니 그럴싸한 자전거가 되었다.



(출처 : https://www.giant-bicycles.com/kr/escape-2)

중학교 이후 40여 년 만에 타는 것이라 조금 서툴긴 했지만 동네 한 바퀴 해보니 탈만했다. 마침 6개월 전부터 어깨 이상으로 배드민턴을 그만두고 특별한 운동을 하지 못해 무엇인가 다른 운동거리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더 좋은 환경은 옥수동 한강 자전거길 입구가 집 옆이라는 것이다. 친구에게 자전거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부리나케 자전거를 끌고 한강 자전거길로 나갔다.


한강 둔치의 자전거 길은 참 잘 만들어져 있다.  자전거길 뿐만 아니라 길가에 다양한 레저시설과 공원이 있어 족구, 롤러스케이트, 농구, 에어로빅, 스쿼시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강변도로를 지날 때 그림 같이 보였던 텐트족들이 제각기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 여가를 즐기는 것이 여느 선진국 못지않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2910915)

이런 감상적인 풍경을 즐기는 것도 잠시 첫 라이딩을 위해 자전거 길에 올랐더니 문제가 심각하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빠른 동호인들의 자전거 속도에 놀랐다. 40년 전 경험만 믿고 자전거

를 끌고 나왔으니 아무리 열심히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 동호인들이 “지나갈게요”를 외치며 휙휙 지나간다. 옆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고, 예고 없이 방향을 바꾸면 부딪칠 수 있어 바꿀 수도 없다.  


또 하나의 고통은 부드럽게만 느껴지던 안장

이 생각보다 딱딱하고 엉덩이가 아프다. 조금밖에 안 갔는데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하

니 뭔 일인지 모르겠다.

자전거 길이 생각보다 달라 땀범벅이 되어 적당한 벤치에 자전거를 세우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 봤다.  



(출처 : http://5happy.net/archives/3237)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 본 라이더들의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너무 달랐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해보니 무모한 첫 라이딩이었다. 다양한 것이 변했다. 자전거 길부터 과거와 비교하면 대 변신을 했다. 자전거길은 반듯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굽은 길도 있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때로는 약간 꺼져 있는 부분에 물웅덩이도 있고, 한강을 넘어갈 수 있는 잠수대교도 있다.


자전거와 자전거 타는 일은 마치 경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롤러스케이트 등 다양한 탈 거리 중 하나의 분야이니 마치 의료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처럼 하나의 산업 분야와 같다. 막상 한강 자전거길에 올라와 보니 수많은 동호인, 즉 기존 업체들이 많다. 쌩쌩 달리는 선수급 라이더들은 업계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선도기업들이다. 단체로 움직이는 동호인들은 똑같은 유니폼으로 맞춰 입고,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선두자의 수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다.  중앙 분리선과 20Km 속도로 주행하라는 주의 팻말들은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법령과 지침다.


이런 숨은 환경을 모르고 아직 준비 안된 내가 마치 스타트업 인처럼 업계에 뛰어든 모습이라니 얼마나 무모한 모습이란 말인가?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onderchloe&logNo=221010690851&proxyReferer=htt)

도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잘 타는 사람들전용 자전거를 타고 있다. 비싸고 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용 자전거는 마치 제대로 시스템을 갖춘 사업체와 같다.


전용 자전거는 사람의 체형에 맞게 잘 맞춰져 있다. 여성이나 어린아이는 올라타기 쉽도록 작은 바퀴와 낮은 안장을 갖추었다. 작지만 제대로 된 기어를 달고 있어 생각보다 속도를 잘 낸다. 전분야의 중소기업다.


자전거 뒤를 따라 롤러스케이트 신고 질주하는 스케이터는 최소한의 투자로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 전문업체에 해당하고, 따릉이를 타고 젊다는 장점 하나로 페달을 밟는 일부 청소년들은 아직 충분한 자본과 시간이 없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벤처사업체다.  


(출처 : http://prod.danawa.com/info/?pcode=4988461))

앞바퀴와 뒷바퀴로 구분된 자전거는 영업부서와 생산공장이 분리되어 있는 모습이다. 핸들은 이들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기능하는 전략본부다. 전략본부는 두 바퀴의 운영뿐만 아니라 어두울 때 비추기 위해, 상대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라이트를 장착하고 전체를 조율하여 방향을 잡는다. 앞을 비추는 라이트는 비전다.


앞바퀴와 뒷바퀴를 연결하는 체인은 조직의 운영 연계 시스템고, 페달은 추진동력 즉, 전문적인 지식이나 노동력이다. 안장은 작업 환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충분히 안락하고 편안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갖춘 자전거가 빨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 있다.  안장 밑 보조 라이트는 다른 자전거와의 안전 환경을 확보하는 안전환경이다.

(출처 : http://browse.gmarket.co.kr/list?category=200002659))

라이더는 기업의 핵심 역량다.  어떤 컨디션으로, 얼마나 좋은 체력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느냐는 핵심 역량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라이더가 가장 중요하다.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라이더는 기본 체력을 잘 갖추어야 한다.  안전을 확보하는 헬멧과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대로 된 유니폼도 갖춰 입어야 한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경우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엉덩이 뽕과 같은 대책도 마련해야 다. 경쟁자들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여러 번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남다른 노력을 통해서 역량을 최대한 야 한다.  


기타 자전거 는 라이더들이 갖춘 장갑, 흙 받이, 기어 변속기, 백미러, 경보 종, 컵 홀더 등은 꼭 필요한 기본 요소는 아니지만 있으면 훨씬 편리한 복지제도다.



이런저런 모습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니 조금 안정이 된다.  이젠 분명하다. 라이딩은 단순한 라이딩이 아니다. 시스템이며 조직이고 경영이다. 좀 더 준비해서 라이딩을 해야 한다.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갖춰 다시 나와야 한다. 한없이 준비만 하면 안 된다. 스타트업이 준비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 사이에 또 환경이 변한다. 시간지나면 시작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첫 라이딩은 실패가 아니다. 더 멋진 내일을 위한 훌륭한 벤치마킹이다.


라이딩에서 경영을 만났다.  이날의 경험으로 나는 지금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있다. 조직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더 큰 규모로 발전하는 것처럼 조금만 더 지금 자전거를 타다가 새로운 전용 자전거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전에 나의 핵심역량을 충분히 높여야 한다. 그것이 라이딩도 조직도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A-25. 달라야 새롭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