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병태 Jan 28. 2020

A-25. 달라야 새롭다

- 서로 다른 것을 통해 융합과 발전이 이루어진다 -

달라야 커진다. 달라야 새로움이 발생한다. 

달라야 콜라보가 이루어진다. 시너지가 발생한다. 


같으면 쇠락한다. 퇴화한다. 

똑같아지면 파괴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같아지려 한다. 



자주 애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과거 유명했던 가수의 노래를 후배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형식이다. 그런데 출연자 중 과거의 유명했던 가수와 똑 같이 부르는 후배 가수는 대부분 탈락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된 멜로디와 향수는 그 전설 가수의 화려했던 시절의 노래를 기억할 텐데도 불구하고 그 전설 가수의 노래를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것을 명곡 판정단들은 싫어한다. 


달라야 한다. 


같은 방향을 지향하되 창법과 감성 그리고 스타일은 달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하는 후배 가수들은 편곡을 통해 전설 가수의 노래를 자기 스타일로 소화하여 열창한다. 아무리 유명한  전설의 가수였다 하더라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설 가수가 활동하던 당시의 환경과 듣는 청중들의 감성이 그 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편곡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행도, 듣는 청중의 감성도, 노래의 유행도 바뀌었다. 환경이 변했는데 과거와 같은 감성으로 따라 부르는 후배 가수가 있다면 그 노래는 아무래도 식상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지거나 더 나아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설 가수의 감성과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프로그램 출연 가수들은 대부분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고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출연자는 박애리와 팝핀 현준 부부이다. 이들은 일반 통념상으로 보면 여러 가지 다름이 있다. 국악이라는 장르와 최신의 현대적인 창작 무용이라는 장르가 다르고, 둘 간의 나이 차이도 박애리 씨가 2살 더 많다는 점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첫 미팅 때 아내가 조금 늦었는데 그때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당당하고 멋져서 첫눈에 반했다”라는 반함의 포인트도 남들과 다르다. “화려한 삶을 산 사람이기에 화려하지 않은 나한테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누나를 누나 이상으로 생각해도 될까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이듬해에 부부가 됐다”는 러브스토리도 남다르다. 

이들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국악 전공 박 애리 씨가 현대가요를 부르는 것이다. 간주 때는 어김없이 춤꾼 남편이 나와서 현대 무용으로 새로움을 더하고, 더 놀라운 것은 박애리 씨가 현대무용을 같이 따라 하는 부분이다. 동서양의 조화는 물론 전설의 노래를 새롭게 소화하여 완벽하게 다르면서도 같은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낼 때는 소름이 돋는다.  이들 아니면 누가 이런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 귀에 또는 이들의 시도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의 우승 경력은 많지 않다. 불후의 명곡 안방마님 알리나 가수 정동하처럼 최다 우승을 차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출연할 때마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새로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모창 능력을 알아내는 ‘히든 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모창 능력을 뽐낸다. 심지어 원곡 가수보다 더 원곡 가수답게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도 나온다. 그러나 너훈아가 나훈아가 될 수 없고, 김경호의 샤우팅보다 더 멋지게 샤우팅을 해도 그 사람은 로커 김경호가 되지 못한다. 새로움이 아니라 흉내내기 때문이다. 모창도 대단히 칭찬받을 능력이지만 모창은 모창일 뿐이다. 

<사진출처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7062104861)>

기본은 유지하되 더 낫거나 새로운 기능 또는 성과를 발휘할 때 혁신이라 부른다. 기본 자체까지 송두리째 바뀌는 것은 혁명이라 부른다. 따라서 기존의 노래에 박애리와 팝핀현준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제3의 창작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래를 사람 또는 다른 생명체의 목소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계음만으로 사람과 같은 노래를 만들면 혁명이라 할지도 모른다. 


요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과 혁명은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도하려고 하는데 서 발생한다. 

달라야 새로워진다. 남여가 만나야 부부가 되고 자녀도 얻을 수 있다. 

조직에서도 정치에서도 같은 것만 지향하거나 유지하려고 하면 퇴화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A-24. 똑같아지면 파괴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