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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Jan 20. 2020

A-24. 똑같아지면 파괴된다

의료기관, 다양한 변신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최근 2020년 2월에 개원할 예정인 아주대학 요양병원이 화제다.


대학병원이 급성기 중증환자가 아닌 경증의 장기요양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뉴데일리경제, 2029. 1. 9일 자>

의료기관은 일반 기업과 달리 비영리를 추구하고, 국가에서 건강보험으로 가격(수가)을 통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간병원은 완전한 공공의료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 같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므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과의 중간에 위치한 아주대 요양병원의 개원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의료기관 변화의 바람


최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정책은 2019년 9월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변경과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 보건의료분야의 커뮤니티 케어 관련 시범사업들이 하나둘씩 시행되면서 의료기관에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급성기와 회복기 및 요양기병원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연계하는 네트워크 구축 시범사업이 2020년도 상반기 중에 실시될 예정이며, 2019년 12월 말에 신청 마감된 1형 당뇨병 환자의 재택의료서비스와 복막투석환자의 재택 의료서비스 사업도 커뮤니티 케어의 일환이다. 


뿐만아니라 과거에 시행된 후 잠깐 동안 명맥이 끊어졌던 왕진이 동네병원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고,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들이 대형 상급종합병원 또는 급성기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여 으료계의 새로운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현재 의료계의 판도를 바꾸게 될 획기적인 변화들이다. 


제도 변화의 원인이 현 정부의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개인 의료비 부담금 감소와 반대급부로 나타난 국가 건강 보험 재정 문제와 세계 최단기 고령사회 진입과 수명연장으로 인한 노인 의료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 문제로 인한 것이며,  급성기 환자를 회복기나 요양기 더 나아가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정책 방향에 일부 대학병원이 요양병원을 설립하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출처 : 메디컬 타임스 2019년 4월 25일 자>

아주대요양병원의 설립과 운영은 우리나라 의료계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학에서 요양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아주대요양병원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9년 4월 동아대병원 산하 대신 요양병원이 설립허가를 받고 운영되고 있어 처음은 아니지만 동아대와 아주대 요양병원이 생기면서 4~5개의 대학병원에서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요양병원 설립을 검토하고 있어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 요양병원 설립 운영의 찬반양론


대학병원에서 요양병원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이유는 현 정부가 동네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1~3차 의료기관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실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자 진료에 집중하지 않고 거대 자본을 통해 아급성기 환자, 만성기 환자까지 독식하고, 한 병원 내에서 환자를 주고받는 형태를 취하는 것은 전체적인 의료전달체계 파괴행위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대로 대학병원이 요양병원을 운영함으로써 대학병원 본원과 환자를 연계하여 가장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며,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회복기 및 유지기 치료 후 빠른 시간 내 지역 요양시설이나 집으로 복귀해 일상적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실현에 부합하는 모형이므로 장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쪽 모두 할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여야 할 것인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환자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동네 요양병원이든 대학 부설 요양병원이든 아무 관계없다. 누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바람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려하면 양측의 주장 모두 공급자적인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주장이라 볼 수 있다. 

<출처 : 중앙일보 2017년 7월 13일자>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보건의료분야 운영 형태의 다양성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정부의 관리하에 각종 의료 관련 법률을 통하여 일정 모형을 정한 후 그에 따르도록 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유형이 바람직한 장점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 정보의 홍수 시대, 글로벌 시대에 전국적으로 모든 의료기관 운영 형태가 똑같은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아니면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반영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다양성을 넓히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인가? 향후 글로벌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될 미래를 생각한다면 다양성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방향일 수 있다.

<출처 : http://www.itworld.co.kr/t/62081/cio/105018>

동일 산업분야에서 다양성의 필요성은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다른 사업 분야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동일한 형태가 오래 지속되면 새로운 파괴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사례이다.


원색 소파에 수족관 하나씩 설치하고 주로 지하에 위치해 있던 다방은 전국 어디를 가나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라졌다. 다방이 사라지고 좀 더 밝은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종류의 커피나 음료를 팔면서 지상으로 올라온 카페들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다.


전국에 있는 카페들이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한 유형으로 나타날 때쯤 새로운 파괴 형태로 나타난 것이 제3의 공간과 문화를 제공한다면서 등장한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커피 전문점이다. 2019년 기준으로 스타벅스 매장은 1,262개이며, 고용인원은 1만 4,846명에 이른다. 뒤를 이어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 등 커피 전문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동네 커피숍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규모만 작을 뿐 커피전문점 형태 즉, 스타벅스 형태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똑같은 분위기와 똑같은 형태가 전국적으로 일반화되면 무엇이 나타나는가?

새로운 파괴자가 나타난다.

<밀라노의 몰스킨 카페, 출처 : http://www.earlyadopter.co.kr/79122>

국내는 아니지만 이미 이러한 파괴적인 변화는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몰스킨(Moleskine)과 팬톤(Pantone)이 카페와 기업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유형의 카페를 선보이며 파괴자로 등장한 것이다.  


몰스킨은 노트와 책을 만드는 전문업체로써 이탈리아 밀라노에 카페를 오픈했는데, 스타벅스와 달리 심플한 디자인과 뉴트럴 톤의 내부 인테리어를 통하여 현대적이고 편안한 창의적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콘셉트로 새롭게 오픈하였다. 즉, 몰스킨 카페는 스타벅스형의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창작의 플랫폼을 강조하며 파괴적인 형태로 드장하였다.

<모나코의 팬톤 카페, 출처 : https://brunch.co.kr/@nitro2red/38>

색채 전문기업인 팬톤은 매년 그해의 색을 선정하여 발표하는 기업인데 이러한 기업의 특징을 살려 “색을 맛보라”는 구호로 모나코에 팬톤 카페를 등장시켰다. 이 카페의 음료에는 팬톤의 색 분류번호가 표시되어 있고, 시각이 미각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역시 새로운 파괴자의 형태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공간만을 찾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커피시장은 더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기존 업체들 또한 스스로의 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모습을 창조함으로써 지금의 영광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와같이 똑같이지기 시작하고 어디를 가나 비슷한 유형의 운영형태가 나타나면 새로운 피괴자가 등장하여 그 산업분야가 나선형으로 성장 발전하는것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은 그런  변화의 법칙을 다르지 않는 분야인가?

아니다.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모든 의료기관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형태의 의료서비스만 제공할 필요가 없다. 


고객인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누가 어때야 하고 누구는 어때야 한다라고 규제하고 지정하는 것은 그 산업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기관은 너무 오랫동안 유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현대와 삼성그룹에서 기업형 병원을 설립하고 기업 경영방식을 병원에 도입한 이후 나름대로의 변화와 혁신이 있었지만, 아직도 한국 병원들은 어디를 가나 1층에 접수처와 원무 창구가 있고, 저층부에 외래, 상층부에는 병실, 상층부와 저층부 사이에 수술실, 지하에는 편의시설과 주차장 및 장례식장이 위치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유니폼도 비슷하고 운영 프로세스도 유사하다. 일부 원스톱이나 당일 진료 형태를 표방하는 의료기관도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메다병원의 모토,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

그런데 최근 국내외로 의료기관 운영형태에 파괴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 일본 카메다병원의 경우 최상층에 장례식장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지하에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유는 하늘나라에 가장 가까운 곳이 최상층이기 때문이란다. 또한 ‘환자가 원하면 No는 없다’는 고객만족 실천운동과 함께 Always say yes! 를 모토로 병원을 운영하며, 진정으로 고객 중심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중소병원 가운데 한 병원은 부족한 주차 공간을 해결하면서 고객만족도 함께 올리는 형태로 주차타워를 병원건물과 붙여 자기가 입원한 병실에서 퇴원수속하고 바로 같은 위치에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퇴원함으로써 편의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도 지킬 수 있도록 한 파괴적인 형태의 병원이 등장하였다.


이제 의료기관은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본인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게 되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이 될 것이며, 더욱 다양한 유형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변화와 혁신 나아가 새로운 파괴자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주대 요양병원의 개원과 이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발전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이 시도되는 전초전 또는 새로운 파괴의 시작으로 보아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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