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6. 아름다운 마무리

한 해를 정리하고 또 한 가지를 정리하고.... 마무리 詩 3편

by 박병태

1월이 아름다운 것은

恩山 박병태


사진출처 : https://kr.best-wallpaper.net/Winter-tree-snowy-night_wallpapers.html

1월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날씬한 나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 눈이 가장 많은 한 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폐부 깊숙이 까지 시원한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매달리는 고드름이 빛나기 때문이다.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송보송 따뜻한 벙어리장갑을 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손을 잡으면 끈적임 대신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월이 아름다운 것은 무엇보다도

차가움 속에도 뜨거운 열정으로 피는

눈꽃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1월은 아주 많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마무리

恩山 박병태


질곡 같은 세월을

사랑으로 정성으로 72년 살았으니

눈물과 웃음과 추억이

먼지처럼 묻어 있다.

고향집을 떠나는 게 어찌 아쉽지 않겠는가?


더 크고 좋은 새 터로

이사하는 기쁨도 크련마는

오늘 하루는 아쉬움이 더 크다


“왜 우세요? 기쁘지 않으세요?”

“말로 표현할 수 없답니다

새 병원으로 이사하니 말할 수 없이 좋지만

자꾸 되돌아봐 지는 것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힘들게 살아온 시간도 있었지만 정이 들었나 봐요”


울다가 웃다가 그리고 도 웃다가

멋모르는 사람이야 이상하게 보겠지만

오늘 하루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선생님 사진 한자 같이 찍으실래요?”

낯 설은 사람인데도 오늘 하루는 낯설지 않은 사람으로

오랜 친구처럼 V포즈를 잡는다


이름 : 성바오로병원

주민번호 : 1944년

주소 :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 1동 왕산로 180

마지막 진료 : 2019년 3월 22일

새 이름 : 은평성모병원


은평구에 새집을 마련한 기쁨을 뒤로하고

웃음과 울음이 범벅이 된 성바오로 병원 가족들이 마지막 진료를 한다.

낡은 장비와 가구들 가득히 쌓인 이사 바구니 속에서도

의료진과 환자 모두 불평이 없다


분명히 진료 시간인데 진료는 하지 않고 이야기만 나눈다

추억을 되뇐다

“내가 여기 개원했을 대부터 다녔는데 내가 올해 몇 살인지 알우?

그때는 이 근방에 아무것도 없었어……”

청진기 대신 두 손을 마주 잡고 질환과 함께 추억도 진료한다


평소보다 길어지는 진료시간이지만 대기환자도 불평이 없다

"어르신, 4월부터는 은평성모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

"그러엄 그럼, 선생님 따라가야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진료 시간이 끝날 줄을 모른다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바오로 성인의 모습으로

72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살아온 성바오로병원

가족 같은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미사를 드린다


여기저기 흐르는 아쉬운 눈물

평화를 나누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진다

그동안 수고했다며, 은평에 가서도 더 잘하자며

평화를 빈다며 맞잡은 두 손에 불끈 힘을 넣는다

미사 후에도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 찍기 바쁘다


마지막은 길어 짐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아름다운 시작의 알림이다

자긍심과 긍지와 굳센 믿음이

가슴 깊은 곳에 가득하다

2019년 3월 22일은

성바오로병원의 마지막 진료 일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병원은 없었다



한 해를 보내며

恩山 박병태


사진출처 : http://plug.hani.co.kr/philnature/99925

한 해를 보내는 서운함과

아쉬운 못다 함은


함께 행복을 나누고

같이 마음을 건네준

사람들에게

함께 슬퍼하고

같이 웃었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해

최선으로 대하지 못했음

때문이리라


지나가 버린 어제와

곧 지나갈 오늘이지만

내일은 분명 더 나은

미래이기에


네 마음 아쉬워도

내 마음 서운해도

눈물 없이 후회 없이

말없이 보내리


내일을 향한

희망을 꿈꾸리




매거진의 이전글B-25. 지하철 3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