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詩 4편
恩山 박병태
대전역 동광장의 아름다운 만남
한없는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음은
기다림보다 더 기쁜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늘물빛 정원에서 수십 년 만의 조우
종오가 있어 어울릴 수 있었고
성자가 있어 안심하고 만났고
덕주가 있어 든든했던 만남
영희, 경미, 을순, 숙자, 영숙, 명숙, 병태
하나같이 정겨운 이름
어찌 그리 다들 예쁘게 나이 먹어 가는지
아마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한 시간 늦은 병두도
반가이 맞이하며 함께했던 시간
점심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가 부족하다
다음에는 하룻밤을 같이 보내야 아쉬움이 풀릴까?
스치 듯한 만남이 부족하고 아쉬웠던
화자의 깜짝 등장
되돌아간 오열이는 처갓집 서천에서
원격 건배를 추켜든다
다들 모두 다들 소중한 친구
내년 제천의 일박 이 일은
더욱 아름다울 게다
더 기대되는 만남일 게다.
恩山 박병태
추석 연휴 토요일
친구 보러 가는 춘천행 열차
긴 연휴 때문인가
고향 길을 다녀온 포근함 때문인가
자리를 양보하는 얼굴에도
미소가 일고
어쩔 수 없는
노인들의 휴대폰 소음도
승객들의 여유로운 미소에
고개를 숙인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 때문이겠지......
옥수역을 지나 망우역까지
수많은 타고 내림에도
승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경춘선을 기다리는
망우 환승역의
기다란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다
선로 넘어 뒷골목
연휴를 잊은 고물장수의
구수한 노랫소리도 슬프지 않다
친구와의 약속은 별내이지만
이 기분에 묻혀 춘천까지 가볼까?
시원한 가을바람까지
춘천행을 부추긴다
별내에서의 짧은 조우
아마도 우린 긴 춘천행
열차에 오를지도 모른다
이 꿈 저 꿈꾸어볼 수
춘천행 기찻길이 참 좋다
恩山 박병태
지나는 길이면
있지도 않을 그 사람을 보러
그곳에 간다
매캐한 담배연기와 함께
멀어진 추억을 기다리는 곳
함께 듣던 음악소리가
가슴에 쌓이는 곳
한쪽 귀퉁이
보살피는 손길 없어도
살짝이 내민 난 꽃에서
지나쳐 간 얼굴이 보인다
그곳에서
아직도 은은한 맡을 수 있는
너의 향기에 눈을 감아본다.
진한 커피 한잔 더 시키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恩山 박병태
남부터미널은 호화롭지 않다
용산에서 태어나 서초동 중심까지 이전했으나
충청도와 전라도와 경상도를 운행하는
시외버스터미널이다
남부터미널은 짐을 든 사람들이 많다
나이 드신 어른들도 유난히 많다
강남 한복판에 있지만
어느 시골 터미널 같은 편의시설과
군부대 건물 같은 외형이
곤색 슈트에 짚신을 신은 모양새다
하나둘씩 우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스타벅스도 저만큼 다른 곳에서
다른 손님을 받고 있고
멋지구레한 음식점도 가까이에 없다.
겨울 철에는 미끄러운 도로가
눈썰매장처럼 기다랗다
남부터미널은 아직 발전 중이다.
나는 오늘도
남부터미널 앞을 지나는 출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