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연출한 린 램지 감독의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2017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끔찍한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청부업자가 납치된 소녀를 구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린 램지 감독 특유의 절제된 연출과 강렬한 영상,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의 압도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깊은 내면의 상처와 죄책감에 대한 희미한 구원의 가능성을 다룬 묵직한 작품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매우 불친절하게도 과거의 기억을 파편적으로 던져 놓고, 관객에게 퍼즐을 맞추어 그의 감정에 공감하게 한다.
영화 <아저씨>와 <레옹>, <택시 드라이버>가 연상되는 린 램지 감독의 강인하고 우아한 연출이 빛나는 작품,
오늘의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끔찍한 학대와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로 늘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 영혼에 깊은 상처를 가진 그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에 시달리며, 망치를 든 채 폭력적인 청부 일로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다.
그의 삶은 무의미하고 염세적이다. 유일한 안식이라면 늙은 어머니와 조용하게 지내는 삶 뿐, 그는 매일을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조에게 희미한 위안을 주는 존재이면서, 내면 깊숙히 죄책감을 갖게 하는 존재이다.
어느 날, 윌리엄스라는 인물이 조를 찾아와 상원의원 보토의 어린 딸 니나가 납치되었다며 그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니나의 아버지 보토 상원의원은 니나가 성매매 조직에 감금되어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며, 조에게 그들을 잔인하게 응징해줄 것을 부탁한다.
조는 니나가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에 잠입하고, 망치를 휘두르며 거침없이 조직원들을 제압한다.
마침내 니나를 찾아낸 조는 예상외로 침착한 니나에게서 묘한 인상을 받는다. 니나의 아버지, 보토 상원의원을 만나러 간 조는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는 상원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조는 니나를 데리고 빠져나가던 중,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다.
니나는 다시 사라지고 이 일에 관계된 모두가 살해된 것을 알게 되는 조.
위험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간 조는 자신의 어머니 역시 살해되었음을 알게 되고, 아직 집에 머물고 있던 킬러들을 제압하며 거대한 음모 뒤에 주지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니나를 납치한 배후는 주지사였고, 어머니와 니나를 구하지 못한 분노와 죄책감에 휩싸인 조는 어머니의 시신을 들고 강으로 향한다. 주머니에 돌을 잔뜩 넣고,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깊은 강으로 가라앉는 조는 니나의 환상을 보게 된다.
강에서 빠져나온 조는 니나를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추적을 시작한다. 주지사를 찾아낸 조는 이미 그가 살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나약함을 책망한다. 주지사를 살해한 것은 니나였고, 조는 니나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 나온다.
괜찮아요, 조.
어린 나이에 끔찍한 일을 겪었음에도 강인함을 잃지 않는 니나의 모습은 조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그의 내면에 희미한 연대감과 보호 본능이 자리한다.
조는 어린 시절 학대로부터 자신을 옭아매어 온 과거의 그림자, 어머니의 죽음으로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자신이 지켜내야 할 니나로부터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낸다. 어린 시절 끔찍한 경험을 겪은 조와 니나의 희미한 연대감은, 어쩌면 그들에게도 작은 구원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영화는 암시한다.
니나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조는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끈질지게 자신을 드리우는 고통에 괴로워한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옷장에 숨었고, 자신이 없으면 대신 어머니가 학대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서지 못했다. 그 이후로 옷장 속에 숨어 비닐로 얼굴을 감싸며 자신을 자책해 온 조.
소아성애자였던 주지사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받은 니나가 그를 직접 살해한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나약함을 더욱 자책하던 조는 니나와의 예상치 못한 교감을 통해 삶의 희미한 희망을 발견한다.
니나와 함께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꿈꾸면서도, 그는 그 순간마저도 자신의 죽음을 상상한다. 자신을 책망하기 위해 생니를 뽑을만큼 고통에 나약한 자신을 또다시 일깨우는 것은 니나였고, 그들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지만 함께 하기로 한다.
린 램지 감독은 폭력과 상처로 얼룩진 세상 속에서 고독한 영혼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미한 희망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강렬하고 시적인 영상으로 담아낸다.
특히, 니나를 찾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CCTV 연출씬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의 명장면으로, 이런 냉정하고 삭막한 정서에 깔리는 감미로운 음악은 장면과 맞지 않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흑백 화면과 툭툭 끊기는 장면, 감미로운 음악으로 보여주는 CCTV 연출씬은 단절된 세상의 아이러니를 상징하고, 라디오 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OST는 낯설고도 압도적이다.
납치된 니나의 구원자, 조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폭력이라는 구원으로 상쇄하는 고독한 인물을 깊이 있는 연기로 선보이며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연기엔 역시 호아킨 피닉스만큼 적격인 배우는 없는 듯 하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킬러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거대한 음모의 뒤를 캐기 위해 진통제를 먹이면서 죽어가는 킬러의 손을 잡아주는 연대감 비슷한 감정은, 그가 아니면 이 감정의 깊이를 표현할 배우가 없을 것 같다.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깊은 슬픔과 고독으로 세상과 단절된 조와 니나가 밝은 세상을 향해 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의 제목에서 '너'와 '여기'에 대한 해석이 난무하는데, ‘희망’은 조와 니나의 ‘세상’에 없다는 뜻도, ‘그들이 나아갈 세상’에 ‘고통’ 또한 없다는 뜻도 성립되는 이중적인 의미로, ‘부재’라는 의미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조나단 에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심상에 촛점을 맞춘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여성 감독인 린 램지의 강력한 힘과 우아한 연출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거기에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팬텀 스레드>, <마스터>의 음악을 맡은 조니 그린우드의 영화의 행간을 메워주는 OST까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매력과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력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Wake up, Joe!
It's a beautiful day.
사진 : 네이버 영화, 동영상 : 유튜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