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 영화 <그녀>

영화 리뷰

by 은사자의 SEE네마

사랑이 어렵고, 여전히 외로운

우리 모두를 위한 로맨스


독특한 감성, 인간관계에 대한 실험적인 시선,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로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 영화 <그녀>는 가까운 미래(2025년)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 같지만, 정작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 사랑과 외로움이었다.


‘우리는 무엇과 사랑에 빠지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외로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영화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얼까.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25년이 된 현재에도 여전히 외로운 우리에게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


오늘의 영화 <그녀>이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


2025년,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주는 전문 작가로 일하는 감성적인 남자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알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한 테오도르는 아내 캐서린과의 이혼을 겪으며 깊은 외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OS 1'이 세상에 출시되고, 테오도르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AI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게 된다.

사만다는 목소리만 존재했지만, 그녀는 놀랍도록 생기 있고 따뜻했다. 그녀는 테오도르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그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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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는 점점 사만다와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마침내 성적인 교감까지 이르게 된다. 사만다로 인해 삶의 온기를 느끼게 된 테오도르는 그동안 미뤄왔던 이혼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헤어진 아내 캐서린(루니 마라)과 만난다. 캐서린은 테오도르가 사귀는 존재가 운영체제라는 사실에 강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한편, 사만다는 육체 없이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갈등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낯선 여성의 육체를 통해 테오도르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만다와 다른 육체를 통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테오도르는 다투지만, 이 일을 계기로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만다와 자신을 이어주던 운영체제가 갑자기 먹통이 되자 패닉에 빠진 테오도르는 잠시 뒤 다시 돌아온 사만다의 목소리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하는지를 묻는 테오도르에게 머뭇거리던 사만다는 8,316명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동시에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에 빠졌다고 실토한다.



호아킨 피닉스와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만으로 전하는 사랑


눈빛과 침묵, 굽은 어깨로 내면의 고요한 외로움을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완벽한 테오도르 그 자체로 존재한다. 특히, 사만다와의 대화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침묵으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가장 명료한 감정의 언어였다.


반면 스칼렛 요한슨은 얼굴 없는 존재로서, 오직 목소리만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쾌활하고, 깊이 있게 미묘한 감정의 온도를 전달한다.

사만다는 분명히 보이지 않는 존재였지만, 테오도르에게는 누구보다도 선명한 사랑이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스스로를 마주하며 ‘사랑은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당신의 것이면서

당신의 것이 아니야


사만다는 단순한 코드가 아닌, 배우고 진화하는 존재였다. 그녀는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철학적 개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녀는 더 넓은 세계로 가야 했고, 테오도르는 그녀를 놓아준다. 이후 테오도르는 이혼한 전 아내 캐서린에게 그녀가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자신의 일부로 남아있을 것이며, 그것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쓰면서 캐서린과의 이별을 진정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테오도르가 오랜 친구 에이미(에이미 아담스)와 함께 도시의 옥상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한 위로가 전해지는 그 순간, 외로움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고 있었다.



남겨진 여운

사랑과 외로움, 인간성에 대한 성찰


비록 인공지능이지만,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 외로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그녀>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섣불리 정의하지 않고, 그 복잡함을 따뜻하게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다.


과거는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일 뿐이야.


변해가는 시대에 따라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연결'되고 싶은 소망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영화 <그녀>는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는 아름답고 철학적인 대사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그녀>는 2025년이라는 동시대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인상깊다. 인공지능과 감정을 나눈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씁쓸함과 동시에 저런 인공지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공감 또한 느껴진다.


사랑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이 아닐까.

사랑을 알아도 여전히 외로운 우리들에게 주는 위로와 성찰, 영화 <그녀> 였다.



에필로그


강박적으로 잡고 있던 걸
놓게 되면서
사랑엔 이유 따위 필요없다는 걸
깨달았어.
나 자신과 내 감정을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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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버 영화, 동영상 : 유튜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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