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
<더 폴: 디렉터스 컷>(이하 더 폴)은 CF감독을 거쳐 영화계에 입문한 인도 출신 타셈 싱 감독의 작품으로, 그가 시각적으로 영감 받았던 전 세계의 명소와 회화 작품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지는 여운과 감흥은 강렬하고 신비로운 영상과 더불어 흐르던 OST, 장중한 베토벤 교향곡 No.7 2악장 Allegretto 때문이기도 하다.
https://youtu.be/QhARR-zmTCE?si=QWe2yVGMVeX4EgtP
베토벤 교향곡 No.7 2악장 Allegretto(이하 No.7 알레그레토)가 흐르면서 물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오는 <더 폴>의 강렬한 오프닝 장면은 고전적이면서도 위태로운 분위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이 오프닝 시퀀스는 말을 다리 위로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매달린 말’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으로, 영화 촬영 중 사고가 난 현장의 비극과 절망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흑백 화면으로 연출된 이 장면은 무성 영화 시대의 고전성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영화는 엔딩 역시 흑백 무성 영화 시대의 스턴트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미상관의 구조를 띄고 있다.
스턴트 사고로 하반신을 다친 로이(리 페이스)가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를 만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더 폴>의 시작과 끝은 베토벤 교향곡 No.7 알레그레토가 흐른다. 장송행진곡 풍의 비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의 이 곡은 오프닝에서는 단조로, 엔딩에서는 장조로 변주된다.
이러한 변주는 주인공 로이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이야기가 알렉산드리아로 인해 해피엔딩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단일한 선율로 시작되어 풍부한 선율로 전개되는 음악적 특징은 로이의 상상력이 알렉산드리아의 상상력과 합쳐지며 완성되는 이야기의 전개와도 연결되는 연출이다.
베토벤은 1811년에서 1812년에 걸쳐 교향곡 No.7을 작곡했다. 보헤미아의 휴양지에서 요양한 시기에 만들어진 교향곡 No.7은 특히, 2악장 알레그레토의 장엄한 정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연부터 큰 반향을 일으킨 2악장 알레그레토는 초연 중 유일하게 2번의 앙코르를 받은 곡으로 전해진다.
https://youtu.be/XJ45tVkUefo?si=Gm068bqRutiYY-f_
그만큼 대중의 귀에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교향곡 No.7 알레그레토는 비장미와 서정성을 동시에 담고 있어 엄숙하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특히, 곡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악기들이 더해지며 감정이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영화의 OST로도 자주 등장한다.
<더 폴> 외에도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 마지막 연설 장면, 베토벤의 전기 영화 <불멸의 연인>, 재난 영화 <노잉> 지구 최후의 장면 등에서 쓰인 이 곡은, 절정의 장면을 각인시키는 깊은 카타르시스와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주인공 로이가 삶의 의미를 잃고 절망에 빠진 상황을 표현하는 이 곡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죽음 밖에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베토벤의 이야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절묘하다.
하반신 마비로 연인에게 버림받은 절망 속에서 죽음만을 생각하는 로이의 상황은 청력과 연인을 잃은 베토벤의 감정과 일치하고, 장송행진곡 같은 이 곡의 비장미는 그들의 고통과 상실을 뚜렷이 전해준다.
하지만 2악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은 경쾌한 리듬과 춤곡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로이가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점차 삶의 희망을 찾아갈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베토벤 역시 청력 상실이라는 큰 시련 속에서도 유서를 통해 절망을 극복하고 음악에 대한 사명을 발견했던 것처럼, 영화 속 로이도 그를 죽음으로 몰았던 스턴트를 다시 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이처럼 로이와 베토벤의 운명은 신체 기능 손실과 실연의 절망 속에서 삶의 의지를 피워 낸 완벽한 상관성을 지닌다.
단조에서 장조로 고조되는 영화의 OST, 베토벤 교향곡 No.7 2악장 Allegretto를 통해 절망에서 희망으로 변해가는 삶에 대해 보여주는 <더 폴: 디렉터스 컷>, 로이와 베토벤의 삶을 관통하는 사명감이 비장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좋은 영화는 좋은 음악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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