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영화 <퀴어> 해석

영화리뷰

by 은사자의 SEE네마


1950년대 문학 예술 ‘비트 제너레이션’ 다룬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난해하고 파격적이었던 영화 <퀴어>는 사랑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타의 퀴어 영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으나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식적인 측면은 상당히 다르다.

원작자 윌리엄 S. 버로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더욱 충격을 전하는 <퀴어>는 동성애, 마약, 환각 등을 소재로 1950년대 문학 장르인 '비트 제너레이션'을 다룬 작품이다.






비트 세대를 다룬 패션과 음악, 자유와 일탈을 상징하는 멕시코



'비트 제너레이션'은 훗날 '히피' 문화로 이어지는 미국의 기존 질서를 거부하던 반문화적 장르로, 월리엄 S. 버로스는 그 대표적인 작가이다. 영화는 1950년대 멕시코를 배경으로 풀어헤쳐진 셔츠, 리넨 슈트, 성소수자들의 자유로운 관계 등으로 이러한 장르적 특징을 나타낸다. 또한, 리의 흐트러진 헤어 스타일과 복장은 유진의 세련된 외모와 대비를 이루며 세대의 차이와 갈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옷차림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루지한 패션


극 중, 유진과의 첫 만남에서 흐르는 너바나의 OST, "Come As You Are"는 전통을 거부하는 비트 세대가 록에 심취하던 경향을 보여줌과 동시에 윌리엄 S. 버로스를 동경하던 너바나의 음악을 선곡하는 것으로 루카 구아다니노의 뛰어난 선곡 실력을 보여주는 연출이기도 하다.



https://youtu.be/vabnZ9-ex7o


당시 멕시코시티는 많은 미국인들이 자유와 일탈을 찾아 떠나던 곳으로, 영화는 이러한 멕시코시티의 이국적인 문화와 정취를 리의 방황과 내면적 혼란을 심화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렇듯 기존의 관습과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방랑자적인 예술가 세대를 뜻하는 '비트 제너레이션'을 미장센과 주제에 녹여낸 <퀴어>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취향으로 가득한 예술영화이다.






4부로 구성된 스토리, 윌리엄 S. 버로스의 자전적 이야기



1부 멕시코는 어때, 2부 여행 동반자, 3부 정글의 식물학자, 4부 에필로그로 구성된 <퀴어>는 마약과 동성애에 빠진 리와 그의 마음을 흔드는 유진의 만남을 시작으로, 집착과 파멸로 정체성이 완성되는 4부작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 풍의 아름다운 멕시코의 풍광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초현실적이고 상징적인 영상으로 마무리되는 윌리엄 S. 버로스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극 중, 리의 내면으로 투영된 윌리엄 S. 버로스는 아내와 함께 마약 단속을 피해 멕시코시티로 건너갔다가 어린 남성과 사랑에 빠졌고, 어느 파티에서 빌헬름 텔 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총기 사고를 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끊임없이 유진에게 집착하며 노골적인 구애를 펼치고, 신비의 식물 '야헤'를 찾아 함께 에콰도르로 여행을 간 일화는 모두 작가의 실화이며, 유진의 머리 위에 놓인 컵을 총으로 쏘아 그의 머리를 관통시키는 환상을 다룬 시퀀스는 아내와의 비극적인 과거를 투영한 장면이다.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정체성, 환각을 통해 하나가 되는 자아



3부 정글의 식물학자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로 펼쳐진다.

신비의 식물 야헤를 찾아가는 리는 마약에 빠져 더욱 강한 환각 상태를 갈망하고, 그것은 곧 유진의 마음을 알고 싶은 갈망이 극심해져 가는 것을 뜻한다.

이후 벌어지는 환각 장면은 리와 유진의 몸이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춤으로 묘사되고, 이 씬은 굉장히 강렬하고 초자연적인 연출로 표현된다.


난 퀴어가 아니야.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거야.


리의 심리적인 혼란은 어린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난 후부터 시작되었고, 그의 무의식은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혼란은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며 점점 더 깊은 환각 상태로 빠져들게 만들고, 결국 성 정체성을 부인하는 정신만큼 육체는 그것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과는 다른 본질을 가진 유진을 통해 오히려 정체성을 깨달은 그는 이후 이어지는 4부 에필로그를 통해 자신을 퀴어로 인정한다.






지네와 뱀, 반신상의 여성, 기존의 질서를 거부한다



<퀴어>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대한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상징적이고 파편적인 컷 오프 연출 장면은 주인공, 즉 성소수자의 고뇌와 혼란, 외로움이 담긴 심리 상태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의 초반 바에 있던 남성이 하고 있던 지네 목걸이는 영화의 후반 유진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남성도 리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바로 떠나버리는데, 그들에게 집착하는 리의 갈망을 담은 상징으로 보인다.


이미 열린 문은 다시는 닫지 못해.
싫다면 외면하는 수밖에.
근데 그럴 이유가 있을까?


팔다리가 잘린 반신상의 여성은 완벽한 신체가 아닌 것으로 보아 리가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 모양의 뱀을 마주하는 장면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운명에 대한 고뇌와 그럼에도 끝낼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해석한 장면으로, 멕시코를 떠난 그가 2년 후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의미적으로 맞물리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영화적 어법을 가진 <퀴어>는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생과 예술적 작품 세계를 훌륭하게 구현한 영화이다.

그만큼 관객에게는 난해한 숙제를 던져주는 작품이지만, <아이 엠 러브>, <콜바넴>과는 다른 루카 구아다니노의 연출 세계와 완벽한 변신을 보여준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만으로도 새롭고 놀라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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