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이 곧 구원으로, <더 폴: 디렉터스 컷>

영화리뷰

by 은사자의 SEE네마


현실과 상상을 결합한 추락과 구원의 이야기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이하 더 폴)은 인도 출신 타셈 싱 감독의 2006년작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리마스터링 한 감독판으로,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스턴트맨 '로이'와 호기심 많은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며 액자식 구성으로 펼쳐지는 <더 폴>은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비경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 속 초현실적인 장소들은 세트나 CG가 아닌 실제 로케이션 촬영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추락'에 관한 이야기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영화 촬영 중 추락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스턴트맨 로이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까지 주연 배우에게 빼앗기자 자살을 계획한다. 같은 병원에 입원한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를 우연히 만나게 된 로이는 그녀를 이용해 모르핀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알렉산드리아 역시 오렌지 나무에서 추락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과거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갖고 있다. 매일 로이의 이야기를 들으러 그의 병실을 찾아가는 알렉산드리아는 로이가 들려주는 환상의 모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구원'에 관한 이야기


쌍둥이 동생을 잃은 블랙 밴디트, 아내를 잃은 인도인, 노예였던 오타 벵가, 천재 찰스 다윈, 폭파 전문가 루이지 등 다섯 명의 무법자가 총독 오디어스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위험천만한 모험을 펼치는 로이의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로이 자신의 이야기이다.

로이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현실 속 주변 인물들로, 그들이 현실에 처한 상황은 상상 속 이야기에 투영된다. 자신을 블랙 밴디트로, 잔혹한 폭군 오디어스를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은 배우로 투영한 로이는, 추락사고로 잃은 모든 것을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구원받고자 한다.





압도적인 영상미,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오프닝 시퀀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로이가 영화 촬영 중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암시하며 시작된다.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이 오프닝 시퀀스는 말을 다리 위로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이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매달린 말’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으로,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 '추락'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장면이다.


마우리치오 카델란의 '매달린 말'에서 영감받은 오프닝 시퀀스


이후, 로이는 삶의 의지를 잃고 자살을 시도할 만큼 정신적으로도 깊이 추락하고, 이야기 속에서 무법자들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며 죽는 것 또한 로이의 이러한 절망적인 내면을 반영한 것이다.


<더 폴>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독특한 촬영 기법으로도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특히, CG를 사용하지 않고 20여 개국의 명소를 실제 로케이션 촬영만으로 구현해 낸 환상적인 비주얼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과 여러 회화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명소의 실제 로케이션 촬영 장면, 초현실적인 정서와 주제가 담긴 미학


진정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자연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을 가진 타셈 싱 감독은 영화 속 로이의 현실과 상상 속 세계를 결합하여 추락구원, 판타지의 절정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추락이 구원이 되다


영화의 결말, 로이를 위해 모르핀을 가져다주려던 알렉산드리아는 발을 헛디뎌 추락해 머리를 다치고 꼬마 밴디트라는 설정으로 로이의 이야기 속에 들어간다. 그 순간, 로이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더 이상 로이 자신만의 것이 아닌 알렉산드리아와 공유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결국 로이는 꼬마 밴디트(알렉산드리아)의 부탁으로 오디어스에 의해 위험에 빠진 밴디트(스스로)를 살려내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건 내 이야기니까,
내 이야기이기도 해요.


말에서 떨어진 로이와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의 물리적인 추락은 두 인물이 처한 절망적이고 위태로운 상황을 상징한다. 그러나,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추락'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통해 서로를 구원한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에 대한 애정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위안받고, 로이는 자신을 다치게 한 장면을 두 눈으로 보면서 '추락'을 직시한다.



'추락'은 대부분 '끝'을 의미하지만,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작과 구원을 의미한다. 또다시 스턴트맨으로 활약하게 되는 로이를 보여주며 무성영화 시절의 스턴트 장면으로 끝나는 <더 폴: 디렉터스 컷>은 목숨을 걸고 '추락'하는 스턴트 배우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담긴, 시대를 초월하는 독보적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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