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
영화의 시대는 흑인과 백인을 모든 영역에서 분리시킨 인종차별 법 ‘짐 크로우 법’ 시대로, 1932년 미국의 남부 미시시피 델타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미시시피에 가보지 않았으면서 블루스를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듯이, 이곳에서 시작된 델타 블루스가 영화의 주된 블루스 장르이다.
1863년 노예 해방이 선언되었지만 여전히 미국 남부의 흑인들은 핍박 받았고, 그들은 대부분 서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흑인들이었다. 경제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사회적 차별 속에서 방랑하는 삶을 살게 된 그들은 목화밭에서 고된 노동을 했고,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려 강제노역을 하기도 했다.
해방된 노예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돌던 곳이 바로 영화의 배경 미시시피 델타였고, 이들은 기타 하나를 들고 마을과 마을을 떠돌며 노래했다. 이렇게 탄생된 델타 블루스는 블루스의 원형이 되었고, 영화 <씨너스: 죄인들>의 배경이 1930년대 미시시피라는 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리듬과 선율, 그리고 노예 생활의 비참함을 담은 노동요,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통해 위안을 얻고자 했던 가스펠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가스펠은 초기 블루스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델타 블루스를 필두로 여러 형태의 블루스가 등장했는데, 일렉기타가 등장하면서 현대 블루스 음악의 시초인 시카고 블루스가 탄생되었고, 이후 로큰롤, 재즈, R&B, 소울, 팝, 펑크, 디스코, 힙합까지, 블루스는 수많은 대중음악 장르의 뿌리가 되었다. 또한 미국의 아프리카 흑인들은 쿠바로 건너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 장르로 알려진 손(SON)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씨너스: 죄인들> OST 01
Elijah
블루스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이자 저항의 상징으로, 고난 속에서도 삶을 지속하고 희망을 노래하려는 의지를 담아내며 흑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블루스가 남긴 유산은 미국 음악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쳤고,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역사라는 것을 영화는 음악으로 말하고 있다.
영화 속 인물 새미는 천재적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진실된 노래로 생과 사의 경계를 뒤흔들어 과거와 미래, 죽음과 삶을 모두 허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된다. 새미의 캐릭터는 악마와 거래하여 엄청난 기타 실력을 얻게 되었다는 설로 유명한 델타 블루스의 본좌, ‘로버트 존슨’을 모티브로 한다.
또한 새미는 델타 블루스의 대가 ‘찰리 패튼’이 사용했던 기타로 첫 무대에서 멋진 블루스 곡을 연주하여 뱀파이어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목사인 새미의 아버지는 새미의 음악을 죄인들의 음악이라 불렀고, 가스펠에서 파생된 블루스는 기존의 억압에서 자유를 향해 나가는 흑인 음악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씨너스: 죄인들> OST 02
I Lied to You
시카고 블루스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버디 가이’가 엔딩 크레딧에서 노인이 된 새미 역으로 출연하는데, 이것은 델타 블루스에서 시작된 새미의 천재성이 시카고 블루스로 이어지는 블루스의 역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시대와 함께 흘러간 블루스는 로큰롤, 소울, R&B, 힙합으로 이어져 왔고, 영화는 과거와 미래의 음악이 함께 뒤섞이는 명장면으로 블루스라는 음악이 가진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영화에서 아일랜드 음악은 미국으로 건너온 아일랜드 이주민 램믹을 뱀파이어로 내세워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켈트족의 전통적인 선율과 악기는 아일랜드인의 강인한 정신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뿌리를 찾아 돌아가고픈 열망을 나타내고, 아일랜드 음악은 그만큼 강한 민족주의적 정서를 가진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극 중 램믹은 백인 부부를 흡혈한 뒤, 백인과 흑인의 혼혈로 어느 곳에도 소속될 수 없는 소외된 여인 메리를 흡혈한다.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에서 차별받았던 아일랜드인들은 유대인과 더불어 가난과 소외된 삶을 살았고, 이러한 백인 이주민들의 소외된 삶을 영화는 램믹과 메리로 상징하고 있다.
뱀파이어 램믹은 새미의 블루스 음악을 듣고 깊은 전율을 느낀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흡혈하여 하나의 공동체와 연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수많은 정복과 전쟁 속에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려했던 유럽 아일랜드인의 민족적인 정서는 서로 핍박받는 계층을 하나로 연대하려는 램믹의 모습에 모두 담겨있다.
<씨너스: 죄인들> OST 03
Rocky Road to Dublin
또한, 아일랜드 음악은 대표적인 포크 음악으로 블루스와는 대척점에 있는 장르로, 영화는 미국 음악 장르에서 포크와 블루스의 대립을 뱀파이어와 흑인의 대립 구도에 녹여내고 있다.
<씨너스: 죄인들>의 음악 감독 루드비히 고란손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오랜 협력자이자, <블랙 팬서>와 <오펜하이머>로 두 차례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 음악 작곡가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음악 감독 중 한 명인 루드비히 고란손은 <씨너스:죄인들>의 음악을 위해 미시시피를 포함한 미국 남부 지역을 직접 돌며 블루스 연주자들과 교류했고, 1930년대에 제작된 기타로 직접 연주하여 음악의 진정성을 더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개인적인 음악 여정을 반영하여 블루스의 뿌리에 깊이 기반을 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음악을 영화에 담았다.
<블랙 팬서>, <크리드>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 <테넷>,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협업으로, 음악가로써의 진가와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루드비히 고란손은 클래식 오케스트라 사운드부터 힙합, 아프리카 전통 음악, 그리고 전자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사운드를 창조하는 뛰어난 천재성을 가졌다.
이렇게 <씨너스: 죄인들>의 음악은 블루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블루스 음악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가 맞닿는 지점을 이해하는 것은 이 영화를 더 깊이 감상하는 데 중요하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루드비히 고란손이 또 한번의 음악상을 받을 것을 일찌감치 예상하면서 못다한 영화 속 음악이야기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좋은 영화는 좋은 음악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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