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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석 변호사 Feb 22. 2020

제8편 선급금 정산과 하도급대금의 관계

1. 선금 정산이란?


선급금 정산과 하도급대금은 어떤 관계일까? 이 글에 관심이 있는 방문자라면 선급금이 무엇인지 선급금 정산이 무엇인지 알고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선급금은 미리 지급해준 도급금액 - 공사대금이나 선박 건조 대금 등 - 을 말합니다. 그리고 선급금의 정산이란 기성고에 따라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 등의 일부를 선금 중에서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만큼을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는지는 계약의 내용에 따르겠지만 보통은 선급금 중에서 기성고 對 계약금액의 비율만큼 지급된 것으로 봅니다. 예컨대 20억 원의 공사에서 8억 원을 선금으로 지급했고, 당월의 기성고가 2억 원이라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기성대금으로 2억 원을 줘야 하지만, 선금 정산을 통해 기성고 2억 원/계약금액 20억 원의 비율인 10%만큼 선금에서 정산합니다. 그럼 선금 8억 원 중에서 8천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간주하고 실제로 추가로 지급되는 대금은 1억 2천만 원이 되는 것이지요. 간단합니다.


2. 하도급대금의 직불 범위


하도급대금을 직불 한다는 것은 원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걸 말합니다. 어느 범위에서 원도급인이 그러한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관해 먼저 살펴보고 그것과 선급금 정산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가. 원도급 대금 채무 이내에서 책임부담


원도급인은 원수급인에 대한 자신의 공사대금 채무를 초과하여 직불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일단 금액에 대하여 적용된다는 것은 이론이 없습니다. 즉 원수급인에게 줄 공사대금이 1억 원인데 하수급인의 못 받은 대금이 1억 5천만 원이라고 하여 1억 5천만 원을 직불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내역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즉 하도급에 철근콘크리트 공종과 기계설비 공종에서 각각 1억, 2억 원의 직불신청이 있었고 원도급인의 원수급인에 대한 금번 기성고는 4억 원입니다. 그럼 철근콘크리트 및 기계설비 하수급인에게 1억, 2억 원씩 직불 하고 나머지 1억 원을 원수급인에게 지불하면 될까요?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금번 기성고에 기계설비는 1억 원만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조경, 수장, 미장, 부대토목 공사라고 한다면 원도급인은 기계설비 하수급인에게 1억 원만 직불 하고 나머지는 원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합니다. 금액상으로는 원도급인의 채무액 이내지만, 내역상으로는 채무액을 초과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에 3억 원을 직불 해야 한다고 하면, 조경, 수장, 미장, 부대토목 공사 하수급인 중에서 하도급대금을 못 받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철근콘크리트 및 기계설비 하수급인이 득을 보는 결과가 되죠. 판례 중에는 이와 같이 공종을 나누어 판단한 사례도 있지만, 금액만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어 그 태도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도급대금 직불은 채권양도나 전부명령과 달라서 이미 시공된 부분에 대해 직불청구권이 생기는 것이고 장차 발생할 하도급대금에 대해서 직불청구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즉 직불 합의를 했다고 해서 그때부터 원수급인은 채권을 상실하고, 하수급인에게 채권이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 원도급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가)압류 또는 전부명령이 있는 경우


원도급 공사대금 채권에 대해 누군가가 - 하수급인들인 경우도 많습니다 - (가)압류·전부명령을 받은 경우, 하도급대금 직불을 청구한 자와의 관계에서 우선순위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가)압류 또는 전부명령 이후에 직불청구권이 생긴 때에는 직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공사를 시작할 때, 원도급 발주자, 원수급인 및 하수급인 사이에 하도급대금 직불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발주자인 지자체 등에서 요구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공사 중에 원수급인의 일반채권자로부터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가)압류 등이 들어오면 공사 시작할 때 받은 직불합의서를 근거로 하도급대금을 직불함으로써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시키려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발주자는 이중지급을 당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직불청구권은 직불 합의를 한 때가 아니라 그에 의해 직불청구를 한 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3. 하도급대금 직불과 선급금 정산의 관계


기존의 판례는 선급금 정산이 우선한다고 보았는데 변경된 판례[**]는 선급금 보증계약의 경우에는 선급금과 정산되는 기성 내역에 관한 도급계약 상 합의에 따라 하도급대금 직불이 선금과 정산되는 기성금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 제10장 제38조 제4 및 지방자치단체 입찰·계약 집행기준 제6장 선금.대가 지급요령 제2절 선금의 지급 5. 선금의 사용과 정산 나. 반환청구와 재지급 제3호에서 하도급 대가를 직접 지급하는 경우에는 직접 지급 후 선금과 상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법리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정책적인 판단이라고 보입니다.

왜냐하면 보증이란 주채무자의 책임한도를 넘을 수 없는데 위 판결의 판시를 보면 선급금 보증계약의 경우에는 선금 정산이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하도급대금 직불액이 기성 내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주채무자와 그 범위가 다를 수 있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표현의 오류가 아니라면 보증인에게만 강화된 책임을 지우기 위한 정책적 무리수이겠지요. 그 판시의 전단에서 아래와 같이 적절히 언급한 것처럼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수수되는 선급금이 선급 공사대금의 성질을 갖는 점에 비추어 선급금을 지급한 후 도급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수급인이 도중에 선급금을 반환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급금은 별도의 상계의 의사표시 없이도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당연히 충당되고


선금은 기성고에 당연히 충당되는 것인데, 판례는 하도급대금 직불 부분만 기성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고, 게다가 그것은 보증인에 대해서만 그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죠. 주채무자의 채무의 이행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동시에 설시 하면서 말이죠. 간단히 말하면 선금은 공사대금 그 자체입니다. 근데 공사한 것이 그만큼 안되면 차액을 돌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판례는 그중에서 하수급인이 한 것은 공사한 거에 해당하지 않으니, 그만큼 더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보증인한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반면 주채무자인 수급인은 하수급인이 한 것도 제하고 나머지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선급금 보증계약을 체결한 보증인이 하도급대금 채무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됩니다.[***]


4. 하도급대금 직불, 선급금 정산 및 (가)압류 등의 관계


상기의 내용을 종합하면 하나의 공사대금 채권에 하도급대금 직불, 선급금 정산 및 (가)압류가 모두 얽혀있을 때 우선순위가 돌고돕니다. 하도급대금 직불은 (판례에 따르면) 선금 정산에 우선하지만 (가)압류보다 후순위이고, 선금 정산은 (가)압류보다 우선하기 때문이죠. 숫자를 들어 생각해보면, 선금이 10억 원, 타절기성고가 12억 원, 하도급대금 직불액이 4억 원, 압류 금액이 3억 원이라고 할 때, - 원수급인의 경우 : 공사대금 채권 2억 원(= 타절기성고 12억 원 - 선금 10억 원)인데 3억 원의 압류가 있으므로 2억 원 전액이 압류채권자에게 귀속됩니다.  

선급금 보증인의 경우 : 선급금 반환액 2억 원(=선급금 10억 원 -(타절기성고 12억 원 - 하도급대금 직불액 4억 원))이 발생하고, 이 2억 원과 원수급인이 가지는 공사대금 채권 2억 원 합계 4억 원 중 3억 원은 압류채권자에게 1억 원은 하수급인에게 돌아갈 겁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위 결론은 참으로 이상하지요. 주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 보증인은 채권자에게 돈을 줘야 합니다. 이는 상기에서 본 바와 같은 판례의 이상한 태도 때문입니다.


5. 하도급대금 지급보증(보험)과 관계


원도급 발주자로부터 직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관 또는 변제자 대위의 법리에 따라 결과적으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보험) 책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상기 사례에서 본다면, 선급금 보증인이 없는 경우는 4억 원에 대해, 선급금 보증인이 있는 경우는 1억 원을 제외한 3억 원에 대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보험)의 책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 대법원 2014.11.13. 선고 2009다67351 판결 참조.

[**] 대법원 2004.11.26. 선고 2002다68362 판결 참조.

[***] 구체적 금액을 들어 설명하자면, 선금이 8억 원이고 타절기성고가 5억 원, 기성금 지급액이 따로 없고, 하도급대금 직불 해당액이 2억 원이라고 했을 때, 수급인은 선금 8억 원-타절기성고 5억 원=3억 원의 선금 반환채무를 부담합니다. 그리고 선급금 보증인도 같은 채무인 3억 원의 반환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판례는 보증인에 대해서는 선금 8억 원-(타절기성고 5억 원-하도급대금 직불 해당액 2억 원)=5억 원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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